그들이 가는 곳에 길이 생긴다. (주)워터웍스 유진(대표 이정옥)은 지난 35년간 쌓아 온 수전금구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95년 국내 최초로 연마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다양한 산업현장에 공급하기 위해 신설한 로봇 연마 자동화 사업팀이 바라보는 새로운 길의 윤곽은 확고하고 선명하다.
수도꼭지 부품들이 연마기에 닿을 때마다 ‘쏴쏴’, 금속 갈리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이제 막 세안을 마친 새색시의 얼굴처럼 매끄러운 수도꼭지 부속 위에 박히는 짜릿한 섬광과 함께 그 만큼이나 인상적인 문구가 낯선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정현장 중심에 자리한 ‘길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으로써 길이 생긴다’는 현수막이다.
선구자 정신이 돋보이는 이 현수막의 글귀에서 워터웍스가 걸어온 35년의 역사와 또 앞으로 이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포부를 엿볼 수 있다.
20년을 내다보는 투자 전략
연 3억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 거둬
수전금구(수도꼭지) 전문제작 업체 워터웍스는 지난 ’71년 유진공업사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어 ’89년 유진 금속 공업(주), ’03년 (주)워터웍스 유진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워터웍스는 ’79년 수전금구 7종에 대한 ‘한국 공업 규격 KS마크’ 획득을 시작으로 ’85년 유망 중소기업 선정, ’90년 모범 중소기업 경영자상 수상, 우량 중소기업 선정 등의 성과를 거두며 비약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워터웍스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종오 박사 연구팀으로부터 로봇 연마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제안 받은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연마 자동화 시스템 개발 제안을 받았던 ’93년 당시 우리나라 수도꼭지 회사는 60개 정도였다. 이중 수도꼭지의 원료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 생산 공정라인을 보유한 업체는 워터웍스를 포함해 5곳뿐이었다. 학계와 손잡은 연구 결과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빈번해 4계 업체는 박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는 3D업종으로 노동자들의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는 연마 공정의 자동화는 20년을 내다보는 가치 있는 개발이라고 판단하고 3억원을 투자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고 이 상무는 말했다.
워터웍스는 박 박사 연구팀과 연구를 시작한지 2년만인 ’95년, 로봇 연마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자동화 시스템은 설치 시 촉각 인식 센서가 내장된 프로그램에 작업형태를 입력해 기계가 자동으로 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한 번의 입력으로 소모품 교체 시까지 공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때마다 사람이 일일이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이 상무는 설명했다.
연마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함과 동시에 워터웍스는 자사의 수도꼭지 제작공정에 이 장비를 본격 투입했다. “가동시간과 생산량을 가지고 비교할 때 1대 당 2.5명의 몫을 해내는 로봇 연마 자동화 시스템은 연 3억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고 이 상무는 밝혔다.
대표적 3D업종 ‘연마’… 인력수급 대안 제시
워터웍스는 자체 생산능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연마공정을 필수로 거치는 자동차 부속이나 핸드폰 패드 등 다양한 이종업계에 개발한 연마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해 ’04년 로봇 연마 자동화 사업팀을 신설했다.
“금속제품의 안전성과 코팅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마공정은 주조, 염색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3D업종이다. 때문에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현재 연마 업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까지 치솟아 있다. 외국 노동자들까지 기피해 날로 심해지는 연마 공정의 인력 수급 문제에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최선의 대안”이라며 이 상무는 로봇 사업팀 개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현재 워터웍스의 로봇 사업팀은 다양한 유저 발굴을 목표로 발로 뛰는 홍보 활동을 펼쳐 아연 핸들 가공업체에 7건의 판매 실적을 갖고 있다. “열 개의 사업장을 찾아가서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실제로 연마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높은 설비 투자액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아 보인다.”며 판매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시간 당 55개의 제품을 연마하는 공정속도로 하루 20시간 작업을 계산하면 2년 후 설비 투자비를 전액 회수할 수 있다. 또 소모품만을 교체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동일한 성능의 유럽산 장비에 비해 30%나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이 상무는 말했다.
연마 현장의 환경 개선이 최종 목표
“단순히 연마 로봇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힘들고 거친 인상이 지배적인 연마 현장을 깨끗하고 안전한 공정 환경으로 전면 개선하는 것이 워터웍스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이다. 현수막의 글귀처럼 지금 워터웍스가 걷고 있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답은 없다. 그저 전진하며 새로운 길을 열고, 닦고, 다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상무의 말에서 로봇 연마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을 엿볼 수 있다.
워터웍스의 연 매출액 300억원 중 현재 로봇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상무는 “올 한해 연마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6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회사 내에서 로봇 사업팀의 비중을 20%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 워터웍스가 만들어 갈 연마업계의 자동화 바람을 기대해 본다.
미디어다아라 전은경 기자(miin486@daa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