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가격 인상조짐 건설업계 '비상'
자재 공급부족 공사지연… 성수기 3-4월 '자재 대란' 확산 우려도
연초 국내 철강회사들이 아파트 등 건축공사에 필요한 철근 가격을 올린데 이어 이달 말께 또다시 추가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건축 공사 원자재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근값 인상은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에 부담이 됨은 물론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최근들어 철근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성수기인 3-4월에는 '자재 대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철근 가격 '천정부지'
23일 건설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이 이달 초 철근 가격을 t당 평균 4만원 인상한데 이어 이달 말께 t당 6만원 정도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가격이 오른다면 직경 10mm 짜리 고강도 철근은 현재 t당 63만1천원에서 69만1천원선으로, 13mm는 t당 62만1천원에서 68만1천원선으로 각각 뛰게 된다.
이 금액은 지난 2004년 '건설 자재 파동' 당시 64만-65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철강회사의 가격 인상은 작년 1월부터 1년동안 여섯 번이나 있었다. 두 달에 한번 꼴로 가격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1월초 t당 46만6천원이던 10mm 철근은 올 1월초 63만1천원으로 1년 만에 35%(16만5천원)나 상승했다.
철강업계는 주원료인 고철 가격은 물론 부원료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고철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28만원에서 올 1월에는 35만원으로, 수입 고철은 같은 기간 t당 370달러에서 435달러로 18% 뛰었고 망간, 실리콘, 유가 등 부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와 같은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한 달만에 두 차례나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분양시장 침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D건설 관계자는 "이번에 가격을 올리면 불과 한달 새 t당 10만원이나 올리는 꼴"이라며 "주원료 가격 상승 등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인상 부담을 최종 소비자인 건설사에게만 모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공급 부족'이 더 큰 문제
건설사들은 가격 상승도 문제지만 공급난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건설공사의 비수기인 지금도 철근 수요가 많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양이 부족해 공사가 며칠씩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을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수용하는 처지다.
K건설 구매 담당자는 "건설교통부 등 정부 부처를 통해 철강업체들과 공동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철근값이 비싸도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거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대형 건설사중 일부는 웃돈을 주고 철근을 사오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대형사에 비해 철근 수요가 많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공급 대상에서 소외돼 물량 확보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올 봄 성수기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3-4월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공급한 아파트의 골조 공사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자재난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연초부터 시멘트.레미콘 가격 상승압박도 가중되고 있어 이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L건설 관계자는 "철근 등 원가 상승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취지에도 역행한다"며 "국내 철강회사가 가격 인상폭을 줄이고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철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회사의 자재 구매담당자들의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재 협의회)'가 철근 유통업체의 사재기 방지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단체가 직접 철근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건자재 협의회 이정호 회장은 "공급 부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협의회가 앞장서 중국 등지에서 철근을 수입해올 예정"이라며 "지나친 가격 인상을 막고 공급 확대 방안을 찾는데 정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