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코리아, ‘문화’가 국민 먹여 살린다
세계시장에서는 국가도 하나의 유통상품,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 거듭나야
문화예술로만 연간 4천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뉴욕, 도시개발에 문화와 디자인을 접목해 연간 약 878억 원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는 도쿄의 위성도시 요코하마, 화력발전소를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3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462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런던.
이들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문화에서 경쟁력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과거에는 값이 싸고 기능이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디자인과 스토리가 입혀지지 않은 제품은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다.
세계시장에서는 국가도 하나의 유통 상품처럼 존재한다. 이렇게 본다면 군사력이나 정치력보다는 문화의 힘으로 무장한 국가들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창조경제’ 시대, 경쟁력의 원천은 문화!
1990년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창조의 전략’이라는 방대한 보고서를 통해 국력의 척도가 군사력에서 정치력과 경제력에 이어 문화력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가 이미 ‘창조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2005년 8월 ‘비즈니스위크지’에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실렸다. 핵심은 경쟁 패러다임이 ‘지식(Knowledge)’에서 ‘창조성(Creativity)’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도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강조하는‘창조’를 모태로 해서 발전하는 산업이 바로 문화산업이다. 문화가 ‘창조경제’ 시대의 밑천이라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경제를 선도할 신성장동력 산업의 대부분을 이 문화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캐릭터, 게임과 같은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이미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이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2003년부터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40% 이상의 성장을 일궈냈다. 올해도 35%라는 고속 성장이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지난해 17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을 정도로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 2003년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국산 캐릭터 ‘뽀로로’는 연간 2500억 원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욱이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콘텐츠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경제회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게임은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수출의 55%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게임 산업의 허브가 될 ‘글로벌게임센터’를 열고, 차세대 게임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한편, 4100억 원을 투입해 콘텐츠 산업과 그 창작기반이 되는 스토리텔링에 강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취임사에서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다. 유 장관은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영역을 넘어 패션, 영상, 디자인, 음식으로까지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 경쟁력, 돈 주고도 못 바꿀 엄청난 자산
물론 문화 경쟁력이라고 해서 꼭 문화산업의 경쟁력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문화가 창출하는 가치는 물리적인 계산과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다. ‘뉴요커’나 ‘파리지앵’만이 뿜어내는 독특한 문화적 향기가 곧 그 도시와 국가의 브랜드가 되면서 오늘날뉴욕이나 파리에 무한한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문화 경쟁력은 실상 이런 무형의 가치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문화자산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국가 이미지에 대해서도다시 한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를 비롯해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의보감’, 판소리·강강술래 등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 올해만 해도 잇따라 3건의 우리 문화유산이 세계로부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단순한 가치 평가의 차원을 넘어 문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이 한글로 된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세계로 전파되는 ‘한글’의 경쟁력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발판이 된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공식 문자로 채택한 한글도 우리만의 값진 문화자산이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의 해외 전파 역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국내외 한글 보급기관을 통합브랜드화 하는 정부의 ‘세종사업(King Sejong Project)’ 역시 ‘한글’이라는 문화자원을 통해 얻게 되는 이러한 무형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문화자산에 더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자산 역시 바로 문화자산이다. ‘4대강 살리기’ 같은 국가의 장기 핵심사업에 문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의 건축물과 문화공간을 중계하는 미국 텍사스 주의 샌아토니오 강이나 구겐하임 미술관과 만나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떠오른 스페인 네리비온 강처럼 도시개발에 문화를 접목해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이런 식으로 문화를 통해 창출된 경제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되돌아온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무거운 하드웨어 전략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데에는 이런 숨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품격 있는 문화국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매년 관광객 4천600만 명이 찾는 뉴욕에 가면 왠지 뮤지컬을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뉴욕의 힘이다. 문화가 있었기에 금융도시 뉴욕의 경쟁력도 배가 될 수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교포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맨해튼 브로드웨이를 행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 경제의 희망 역시 이제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목표는 단지 문화산업 몇 개를 육성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 우리가 가진 문화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살찌워서 ‘문화국가’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꿔가는 데 있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자산과 한국의브랜드 이미지가 10년 뒤, 20년 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든든한 밑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 거듭나야 하는 까닭이다.
곽은숙 기자 daara01@kid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