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 우승을 거두고, 그 이듬해 슈퍼땅콩 김미현이 LPGA 루키로 떠오르더니, 3년 뒤엔 최경주마저 PGA에서 우승을 하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던 ‘골프신드롬’은 극에 달했다. 또한 세계무대에서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주니어 골프붐’을 일으키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너도 나도 ‘세리 키즈’ 혹은 ‘제2의 최경주’를 자처하며 골프의 길에 들어섰다.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중반 살짝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올 시즌 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91회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우승을 차지하며 ‘주니어 골프붐’은 다시 달아올랐다. 이는 최경주를 제외하곤 여자선수들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남자선수로서의 자존심을 세운 것은 물론, 최초의 아시아인 메이저 우승자로서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내 아이를 그들처럼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막연한 생각으로 골프를 시작하거나 가르치기 전에 아이가 골프에 대한 소질과 관심이 있는 지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와 함께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 경제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골프먼스리에서는 국내 주니어 선수들의 현황, 선수등록 절차, 국내외의 골프 교육 환경과 비용 등을 통해 올바른 주니어 육성과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해 마다 증가하는 주니어 골퍼
IMF 한파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경제상황 속에서 골프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를 목표로 하는 주니어 골퍼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니어 골프붐’이 일게 된 첫 시점을 얘기하자면, 1998년 박세리의 LPGA 정상 정복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세리에 이은 김미현, 최경주 등의 미 무대에서의 눈부신 활약은 대중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주니어 골프붐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해외에서 골프선수로 성공을 하게 된다면, 부와 명예를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골프를 잘 모르는 부모들도 한번쯤은 자신의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 사실. 게다가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수 생명력이 길고, 선수가 가지는 상품가치도 높은 운동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욕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주니어 골퍼라고 하면, 18세 미만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니어 골퍼의 숫자는 2,732명(2009년 10월 15일 현재). 지난해 2,189명과 비교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 주니어 선수는 2,144명으로 전체 주니어 선수 중 78%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주니어 선수 중 초등학생은 30%가 채 되지 않지만, 그 수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음을 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저학년 주니어 골퍼 수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수 증가한 것을 보아 골프에 입문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웬만한 초등학교엔 골프부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골프부에 드는 목적이 취미에 있든 선수가 되기 위함에 있든 인식과 기회의 문이 과거에 비해 활짝 열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니어 골프 선수가 늘고 있는 데에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생활환경으로 인해 훌륭한 체격 조건을 가진 주니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실과 자신의 아이가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골프에 입문시키려는 경향이 일반적인 것도 한 몫 한다.
여기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우리나라 주니어 골퍼들에게 그 어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부모’란 점이다. 부모의 관심 여부에 따라 골프를 시작하게 되는 자녀들이 많을뿐더러, 그 자녀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존재 역시 부모이기 때문이다.
주니어 골퍼 수가 늘수록 아마추어 대회는 다양해지고 있고, 육성체제 역시 체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그들로 인해 한국 골프 역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골프 선수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 올리며, 또 다시 주니어 골프 인구 증가와 연결된다.
주니어 골프선수가 되려면…
지난해 시·도 골프협회에서 여는 대회를 제외하고도, 대한골프협회가 주최, 주관하는 정식대회 15개에 한국중고등학교연맹에서 주최, 주관하는 대회 9개까지 더해져 모두 24개에 달했다. 여기에 한국초등학교연맹 주최, 주관의 대회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주니어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10개 대회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자면, 그 수와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주니어 골프 인구의 확산은 많은 기업에서도 주니어 육성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던롭 코리아(대표 박순옥)는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의 공식후원사이고, KJ골프(대표 장춘섭)는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 대회후원사로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골프 꿈나무들을 위한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국내 중·고교에서 운영하던 골프부가 100여 개 안팎이었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골프학과나 골프특성화학교가 생겨날 정도로 변화하고 더욱 체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골프부가 체계적인 훈련 보다는 학사 차원에서 학생의 편의를 봐주는 정도에서 그친 것이 다였다는 것을 떠올릴 때, 매우 놀랄 만한 변화다.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부담의 굴레
주니어 골프선수를 육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비용이다. 어려서부터 시작해 유명 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운동으로 많이들 골프를 꼽지만 경제적 부담이 높아 시작할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골프를 어려서부터 시작, 훌륭한 프로 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생각할 때, 일반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골프교육비 경우 일반 사교육비처럼 레슨형태, 연습환경, 대회 참가수 등에 따라 비용 차이가 천차만별이어서 개인별로 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대략 한 달 기준으로 비용을 산출해 본다면, 우선 레슨비 100~150만 원, 연습장 이용료 30만 원, 3~4회 라운드 를 한다고 할 때에 최소 100만 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 각종 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연습라운드, 숙박비, 대회 참가비 등 약 1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밖에 장비 구입과 해외전지훈련 비용(2개월 기준) 등까지 생각한다면 몇 백이란 돈이 우습게 사라진다.
골프유학 떠나는 주니어들
국내 주니어 골프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어왔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라운드 비용은 둘째 치고 시즌 중에 부킹하기도 힘들다. 좀 더 체계적이고 균형 있는 교육에 대한 열망은 상당수 해외 골프 유학에 대한 관심 증폭으로 표현됐다. 해외유학의 장점은 골프와 함께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해외로 유학을 가, 올해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인경은 LPGA 무대에서 루키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로서 골프유학을 통해 골프 선수로서 성공한 경우다. 또한 올해 ‘제109회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한 안병훈 역시도 이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화려한 아마추어대회 수상경력으로 주니어 선수 당시 이미 스타로 군림했던 대니 리의 경우는 골프이민을 떠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주니어들이 현재 골프 유학지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이다. 미국은 골프의 본고장답게 체계적인 레슨을 받을 수 있고,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는 기후조건이 좋고 비용면에 있어서 미국 보다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주니어들은 정규 수업을 받으며 별도로 골프 레슨을 병행하는 방법과 골프전문학교에서 단기적으로 골프 레슨만을 집중적으로 받는 방법이 있다.
해외로의 골프유학은 분명 교육과 골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는 기회이지만, 반대로 두 마리의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 그만큼 해외골프유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의 자세이며, 전문기관을 통한 충분한 조사와 상담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내 주니어 골프 육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습장소와 전문 육성 체제의 부족, 경제적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려고 마음먹었다면 불균형한 교육정책과 과열반응을 조심해야 한다. 가치관과 인생관이 설립되는 시기로 이때 정상적인 교육을 무시한 채 골프에만 전념하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선수 개인에게 있어서도 인생을 사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골프를 시작했다고 해서 프로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런데 불균형적으로 학업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할 경우 오직 골프만 전념해온 아이는 일반 기업체 취직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기껏해야 레슨프로로 골프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업의 병행은 성장기 주니어 골퍼들에게 심신의 밸런스를 맞추어 줌으로써, 주니어 골퍼 자신의 발전을 돕는다.
한편, 다른 나라에 비해 선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주니어 선수들을 자극하고 퇴보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성적이 조금만 부진하면 코치를 바꾸고, 아이를 다그친다.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운동인지라 부모들의 그 같은 극성스러움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강압적인 훈련과 강요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스스로가 골프에 애착을 갖고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선수로서 어떤 위기나 슬럼프에 봉착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니어 선수와 선수의 부모들 그리고 그들을 훈육하는 학교와 아카데미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주니어 골퍼들에 대한 애정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골프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세계무대에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2의 박세리, 양용은’을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을 위한 다각적인 배려와 지원은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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