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 CEO(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두고 흔히들 ‘파리 목숨’에 비유한다. 실제로 이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 혹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CEO 자리를 갈아치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세태를 비웃듯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조하는 ‘별난 CEO’들이 늘고 있다.
국내 골프장 CEO들을 두고 ‘파리 목숨’에 비유하는 이유는, 국내 골프장 CEO들이 상법상의 이사 임기인 3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우기정)에 따르면 전체 231개소 회원사 골프장 CEO 중 3~40% 가량이 매년 물갈이 된다고 한다. 심지어 취임하자마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중하차하는 사례도 있다. 경영능력과 코스 관리 등 내부적 요인은 말할 것도 없고, 줏대 없이 외부 요인에 좌지우지되는 골프장일수록 CEO의 임기 보장은 더욱 어렵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장수하는 CEO가 더러 있다. 이들은 CEO 교체주기가 평균 1년 6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분위기에 얼음물을 끼얹듯, 적게는 한 골프장에서 5년에서 6년, 많게는 10년을 훌쩍 넘기며 CEO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차근히 자신의 입지와 골프장의 입지를 굳히며, 자신의 가치를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골프장이 부상하기 위해선 분명한 경영 노하우와 상징성을 가진 CEO가 출현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CEO 열전’
올해로 취임 10년째를 맞은 클럽 나인브릿지의 김운용 대표이사도 빼놓을 수 없는 장수 CEO중 한 명이다. 2000년 9월에 클럽 나인브릿지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대표는 올해 개장 예정인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대표까지 겸하게 됐다. 1960년대 배구선수로 입사한 이색이력의 소유자인 김 대표는 이후 삼성 남녀 농구단 창단, 에버랜드 식물과장, 1980년대 프로야구단 창단 등 미개척지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골프장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 골프장 출신 송영진 CEO는 유일하게 민간 골프장인 한맥C.C.&노블리아 대표이사를 맡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군 골프장 CEO 출신이 민간 골프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바꾼 인물로, 송 대표는 ‘메모맨’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매사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외에도 골프장 CEO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베어크리크G.C.의 신현구 대표이사가 꼽힌다. 지난해 취임한 신 대표는 코오롱그룹 출신으로 우정힐스C.C.와 마우나오션C.C.에서 성공적인 운영을 평가 받은 뒤, 베어크리크G.C.로 옮겨 코스 리뉴얼과 소렌스탐 초청,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럼으로써 국내 10대 명문의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포천힐스C.C.의 이동주 대표이사 역시 지난 1998년부터 10여 년간 신원C.C.를 운영하며 취임 전 낙후했던 신원C.C.를 명문대열에 합류시킨 장본인이다. 오랜 시간 골프장 전문 경영인으로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했던 이 대표는 현재 포천힐스C.C.의 실질적인 오너로서 신원C.C.에 이어 다시 한 번 신화창조에 도전하고 있다.
성공한 CEO들의 이면에는 분명한 이유와 원인이 있다. 국내 골프장계에 CEO들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그들의 경영 철학이 골프장 경영에 깊이 반영되게 되고, 그들의 색깔에 따라 골프장 가치 또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골프장 CEO들은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 창조와 상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무장하다
회원권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신설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 가격에 상응하는 특별서비스를 해달라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회원권 가격이 높은 골프장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골프장은 고도의 인적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이고 상투적인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한때 코스가 망가진다고 대회유치를 꺼리던 골프장들이 최근 대회유치에 적극적으로 변한 이유도 마케팅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여기에 차별화된 마케팅을 버무린 곳이 있다. 현 베어크리크G.C. 신현구 대표이사가 재임하기도 했던, 천안 우정힐스C.C.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를 소화해내는 명문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에는 대회기간 중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그러면 우정힐스C.C.는 대회가 끝난 후, 똑같은 코스조건을 유지해서 회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 세계적인 프로들이 참가한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 것은 회원들에게 자긍심과 색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다른 골프장과 차별화한 이벤트로 성공한 골프장들도 많다. 제대로 된 이벤트는 골프장계 이슈가 되는 것은 물론, 회원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골프장의 수준을 높인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최등규 회장의 서원밸리G.C.가 매해 여는 ‘그린 콘서트’다. 지난 5월 열린 올해 그린 콘서트에는 무려 2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전남 순천 파인힐스C.C. 역시 마케팅으로 지방 골프장의 한계를 벗어난 대표적인 곳이다. 악천후 시 ‘그린피 홀별정산제’ 업계 최초 실시, 캐디 자율복 착용,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골프장 문화행사, 서비스 리콜제(음식, 캐디피 등 불만 시 환불) 등 다양한 서비스 아이템 개발로 회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성공 뒤에는 ‘아이디어 뱅크’라는 소리를 듣는 김헌수 대표이사가 있다. 두 달 여전 김 대표는 고성 노벨C.C. CEO로 자리를 옮겼다.
골프장이 200개도 안 되던 시절에만 해도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골퍼들로 넘쳐나다 보니 굳이 골프장을 알릴 필요도, 손님들을 모셔 오려고 애쓸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350개를 넘어 몇 년 안으로 500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요즘, 골프장들은 골퍼들을 모시기 위한 치열한 홍보·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골프장 마케팅에 CEO가 가진 브랜드의 힘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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