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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기술입니다”
안영건 기자|ayk2876@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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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기술입니다”

(주)포스코 박진현 파트장, 서보밸브 진단시스템 개발·매뉴얼 집필

기사입력 2013-05-18 0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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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기술입니다”


[산업일보]
누구나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지는 않는다.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일이 계기가 돼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꿈 대신 전문기능인이 돼 기술을 나누고, 더 큰 기술로 나아가게 한 (주)포스코 박진현 파트장.

박진현 파트장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서보제어(Servo control) 유압시스템의 핵심부품인 서보밸브를 자체적으로 진단·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경비절감을 이루어 냈다. 또한 보유한 기술을 관련 분야에 전파함으로써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기능인의 꿈
부산이 고향인 박진현 파트장은 운수업을 하신 아버님 아래서 4형제 중 둘째로 유복하게 자랐다. 중학교 시절까지 박진현 파트장의 꿈은 교육자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잇단 사업 실패는 교육자의 꿈뿐만 아니라 인문계고등학교로의 진학조차 어렵게 했고, 이에 자연스럽게 공업계고등학교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좌절?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 이전에 어디에서든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기술을 익혀 집안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었고, 기계분야는 어디서든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육자가 아닌 기능인의 길을 선택하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 생각한 박진현 파트장은 경남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시절 3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막노동을 해서라도 대학의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는 은사님의 말씀에 따라 대학진학을 결심해 원서를 내 동아대학교와 부산공업전문대학(現 부경대)에 합격을 하게 된다. 이 때 박진현 파트장은 비록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교육자는 아니지만 기계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전문기능인이 돼야겠다는 새로움 꿈을 가지면서 부산공업전문대학(現 부경대) 진학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아르바이트와 장학금
으로 학업을 이어갔고, 부산공업전문대학 기계과 역시 수석으로 졸업했다.

기계분야 전문기능인의 시작
스물셋. 박진현 파트장의 첫 직장은 대우전자 품질기술부(구미소재)였다. 당시 박진현 파트장은 대우전자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의 신뢰성을 실험하는 일을 담당했었는데, 평소 꼼꼼한 그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고 한다.

“평소 작은 것이 큰 것의 밑바탕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고, 작은 일에서 충실히 하는 것이 큰일을 하는 기본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제 첫 직장은 그 나름대로 제게 큰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기계의 구조를 만들고, 연구하는 일이 아닌 만들어진 제품의 신뢰성 테스트는 박진현 파트장이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계가 있는 현장이 필요했다. 대우전자 입사한지 2년 만의 결론이었다. 이에 1985년 두 번째 직장이자 지금의 직장인 (주)포스코로 이직을 했고, 당시 박진현 파트장이 시작한 첫 업무는 용강(한 번 용융한 후 형에 넣어 응고시킨 것)의 품질을 좌우하는 제강공정 설비의 정비업무였다.

“나를 명품으로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기술입니다”

철강 산업은 특성상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가동돼지는 장치산업이다. 고로공정(철광석 녹이기)에서 제강공정(불순물 제거), 연주공정(응고), 압연공정까지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공정이라도 설비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정지를 하게 되면 모든 공장의 공정이 정지하게 된다. 때문에 각 공정의 설비담당자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가동이 될 수 있도록 설비를 관리해야 하며, 고장 발생 시에도 설비를 최대한 빠르게 정상화 시켜야 했다.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대기상태였지만, 박진현 파트장은 우리나라 철강 산업의 현장에서 기계설비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노력은 언제나 빛이 나는 법. 사내에서 주어지는 정비심화과정에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또 1989년에는 (주)포스코 최초로 건설된 스테인리스 제강공장의 건설요원으로 발탁돼 스테인리스 공장의 종합준공과 조기생산성 목표달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입사동기생 중 제일 먼저 연주정비반장으로 승진했다.

유압 전문 기술, 서보 밸브와의 만남
연주설비는 끊인 쇳물을 응고시켜 사각모양의 슬래브(slab)로 만드는 과정으로, 연주설비의 정비 업무는 제품(슬래브)의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 개선과 고장방지를 위한 점검 및 수리다. 연주정비반장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래들(ladle; 용강을 담아 운반하는 용기)의 상승과 하강을 담당하는 장치인 래들 터릿(Ladle Turret)의 유압장치에 이상이 생겨 공정이 중단이 됐다.

새벽 1시에 긴급 출동 해 고장의 원인을 찾아보았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던 그는 자동동작을 중단해야했고, 이틀간 직접 10층 높이의 설비에 올라가 분진과 고열을 견디며 수동동작으로 공정을 마무리 했다. 공정이 마무리 된 후에서야 유압제어시스템의 이상을 발견하고 정비를 했지만, 회사에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후였다.

그리고 이는 박진현 파트장에게도 그동안의 유압설비에 대한 지식이 천학비재(淺學菲才)함을 깨닫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그 당시 제가 결심한 것이 바로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유압시스템의 전문지식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도전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운명이었을까? 서보제어 유압시스템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그 때 사내 설비기술부기계기술팀 유압그룹의 구성원을 모집하는 사내공모가 있었다.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서보제어 유압시스템 전문가가 되고자 생각했으니 당연히 유압그룹으로 옮겨야 했다. 연주정비 반장으로 책임을 맡겨주신 부서장께는 죄송했지만 꿈을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이었기에 연주정비반장의 직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보밸브와 맞서다
(주)포스코의 제철설비는 유공압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가동돼지는 자동화설비다.

특히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은 기계적인 유압시스템과 전기적인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된 복합기술로써, 마이크로 단위로 제어되는 최고 난이도의 유압기술이다. 고로의 노정압 발전설비(제철소의 용광로 노정에서 발생하는 고압가스인 폐기에너지를 이용해 발전하는 시스템)에서부터 압연공정의 두께제어시스템까지 제철설비에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특히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에 사용돼지는 서보밸브는 국내에서 생산이 되지 않아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고가의 제품으로서 기술유출방지를 위해 외국 공급업체에서만 수리와 진단이 가능했다.

“과거에는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이상이 발생하게 되면 고가의 서보밸브를 제일 먼저 교환했습니다. 이 때문에 막대한 비용증가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고장발생시 이상 원인을 알지 못해 조치가 늦어지면 생산성 저하와 품질불량까지 그 손실은 막대했습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서보밸브에 대해 알아야 했다. 박진현 파트장은 고장이 난 서보밸브를 닥치는 대로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서보밸브의 구조를 익혔다. 서보밸브의 본체와 부품들을 커팅해서 서보밸브의 원리도 익혔다. 하지만 서보밸브의 이상 유무와 성능을 진단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더 이상 연구를 진척할 수가 없었다.

이에 회사에서는 서보밸브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휴대용 진단 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했고, 다시 연구는 시작됐다.

하지만 연구에 앞서 더 큰 난관이 생겼다. 장비가 생겼지만 아무도 그 장비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으며, 일본어로 된 매뉴얼과 잘 알지 못하는 진단 용어들 때문에 장비를 이용해 진단을 하고 다시 성능을 정상화시키기까지 수 십 차례 반복을 해야 했고, 그러다 아침을 맞은 날도 많았다. 서보밸브는 종류가 다양하고 부품이 작으면서 정교해 수리나 조정이 매우 힘들고, 조금의 오차가 생겨도 성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원인을 찾아 신품처럼 성능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함께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 그리고 학문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진단 작업에 고압(315㎏/㎠)의 유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고 한다.

‘포스코 맞춤형 통합진단 시스템’의 개발
어려움이 있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서보밸브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거의 매일 퇴근 후에는 포항공대(現 포스텍) 도서관을 찾았다.

서보밸브의 이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계, 전기 분야의 복합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관련 분야 공부를 하면서 배관기능장, 전기기능장, 설비보전기사, 전기기사, 생산자동화산업기사 등
총 14개의 자격증도 취득했다. 또한 일본어로 된 전문서적을 읽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 공급사에 의존하던 서보밸브의 진단및 수리기술도 습득해 국내 최초 및 최고의 기술을 갖추게 됐다.

“서보밸브의 구조를 익히기 시작할 때부터, 아니 제가 28년의 시간동안 익혀온 정비기술을 바탕으로 서보 진단실을 새롭게 구축했고, 2009년 대한민국 최초로 서보밸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포스코 맞춤형 통합진단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포스코 맞춤형 통합진단 시스템’의 위력은 대단했다. (주)포스코 압연제품들의 품질향상은 물론 제강, 연주제품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으며, 서보밸브의 진단수리를 통해 55.5억 원의 원가절감을 이루어 냈다. 또 제철소의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고장이 발생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스템을 진단하고 조치할 수 있는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의 복구기술을 활용해 제철소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공로로 박진현 파트장은 포항제철소장표창 등을 수상했다.

서보밸브를 연구하면서 익힌 기술이 단순히 (주)포스코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박진현 파트장은 그간 익힌 기술의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내에서는 후진양성을 위한 직원교육용 서보밸브 진단시스템 개발과 28여종의 매뉴얼을 집필해 공유하고 있다.
또한 포스텍의 유압로봇제어시스템과 육군종합정비장 K1전차의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의 정비를 위한 자문을 통해 서보밸브에 대한 그의 기술이 여러 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Just do it now
박진현 파트장은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기회를 전문대학으로의 진학이라 한다.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 전문대학으로 진학한 선택이 그 당시의 최선이었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고졸’, ‘전문대 졸’ 은 꼬리표가 아닙니다. 그것을 꼬리표로 만드느냐 명품의 택으로 만드느냐는 그것을 달고 있는 본인의 몫이 아닐까요? 인생에 있어서 몇 번의 기회를 잡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 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인생에 달린 꼬리표가 되느냐, 명품의 상표가 되느냐는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박진현 파트장.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남들보다 명품이 되면 된다는 설명이다. 박진현 파트장은 인생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이 세상에 안 되는 것도, 늦은 것도 없다며 꼬리표 때문에 패배감에 젖을 시간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는다면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지금 내가 무엇이든 더 크고 더 밝은 미래가 내 것이 될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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