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캐리마(대표 이병극, www.carima.com)가 ‘3D프린터’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며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제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기술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3D프린터 시장에 국내 타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진입해 국산화에 성공한 캐리마는 그 품질력과 기술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이다. 관련 분야에서 국내 1세대 주자로 불리우고 있는 캐리마는 지난 30년간 광학기기 전문기업으로 쌓은 정밀함에 대한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3D프린터 전문 기업으로서의 또 한 번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광학 기기 전문기업에서 3D프린터 기업으로 변신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캐리마의 이병극 대표는 1983년 사업을 시작한 후 2년 뒤인 1985년에 컬러 사진 현상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5,300만원 가량의 장비를 전국에 1,700대 가량 보급하면서 회사의 성장에 큰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컬러 사진 현상기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 1990년대 들어서자 앞으로 사진 필름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존의 컬러 사진 현상기가 디지털 장비로 사진을 찍어도 컬러 사진으로 나올 수 있는 컨버터인 ‘디지털 프린트 시스템’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 디지털 프린트 시스템 또한 관련 시장의 약 65%를 점유하는 등 ‘캐리마’의 이름을 직접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어 이 대표는 50여 억 원을 3D프린터 개발을 위한 R&D에 5년 동안 투자해 2009년 드디어 3D프린터 ‘마스터’를 선보이게 됐다. 그 동안 이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장에로의 진입을 끊임없이 모색한 산물이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는 3D프린터 시장에 대한 잠재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또 다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마스터 제품 개발 시 일본에서 광학 계통을 공부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직접 동경대 박사를 초청해서 3D프린터에 대한 기술을 직접 전수 받으며 제품 개발에 드디어 성공하게 됐다.
마스터 장비는 조형하고자 하는 3D MAX 및 CAD 등 각종 3D 모델링 데이터를 STL 파일로 변환한 후 슬라이싱, 액상수지(Resin)를 특수 시트 위에 자동 적층시켜 슬라이싱된 영상 데이터를 원하는 실물 모형으로 제작하는 광학 적층 DLP 경화 방식으로 작동된다.
캐리마의 3D 프린팅의 강점은 높은 ‘정밀도’에 있다. 약 3천만 원 정도의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이 장비는 빠른 속도와 정교한 작업 능력으로 빨리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는 치아 등 의료 기기 등에 적용되고 있다. 콤팩트한 외관을 지닌 마스터는 이 장비보다 훨씬 고가의 장비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정교한 조형물 제작이 가능해 합리적인 가격과 가격 대비 높은 품질력을 강점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회사 한 켠에 전시된 마스터를 통해 만들어진 여러 조형물들은 피규어부터 보철용 장비, 반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생필품들이 다수를 이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꽤 정밀하게 제작된 조형물들은 마스터 장비가 지닌 장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앞으로 3D프린터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며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마스터는 작업 용도에 맞게 고객사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일반형, 의료용, 보석디자인용 등 3가지 모델로 출시했다. 일반형의 경우 플라스틱을 사용해 건축물, 전자부품, 기계부품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의료용은 주로 치과에서 사용되는 임플란트, 틀니 등을 만드는데 적합하다. 3D 스캐너를 사용하면 개개인의 치아 형태에 딱 맞는 최적화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보석 디자인용은 왁스를 주재료로 해서 정교한 디자인까지 모형을 만든 다음, 이것을 다시 녹여서 하나의 거푸집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캐리마는 전체 매출액 중 약 58%가 수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주요 요인은 바로 높은 품질력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다. 비슷한 사양의 외산 장비의 가격이 약 1억 원에 달하지만 캐리마의 제품은 약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로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병극 대표는 “예전에는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 한국 시장만 보고 만들면 됐지만 지금은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흐름을 다 꿰뚫고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최근 일본에서 열린 3D프린터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270여개 업체로부터 구입 의뢰를 받으며 해외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내 기기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기기들이 국내 기술로 생산됐으며 이 기기가 외국에 나갔을 때 얼마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기계 및 장비 산업에서 수입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수입품을 국내에 단순히 수입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은 단순히 수입 업체만이 먹고 사는 데에 국한 되지만 이를 국내 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하면 이와 연관된 다양한 국내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년 이상 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이병극 대표는 그 간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과 많이 대면했다. 기술이나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단지 국산 제품이라는 편견과 구입하려는 장비 예산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판매가 도중하차된 적인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대표가 국내 보다는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리며 제품의 성능과 가격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에 영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대표는 “시장에 내놓았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국산화시켜야 한다”며 “자기만 살면 된다는 식의 생각보다는 전 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형태로 산업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