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속적인 엔저 순풍과 더불어 장기간에 걸친 체질개선, 연구개발, 품질 개선,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등으로 주요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전자부품업계를 대표하는 무라타는 앞선 기술개발로 최고실적을 달성한 사례로 꼽힌다. 2014년 최초로 매출액 1조엔을 달성했으며 2,145억 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IT버블 당시 기록한 2000년의 1,049억 엔을 2배 이상 상회한 수치다. 2013년에도 과거 최고 2012년대비 114% 증가한 1,258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도 도 70%이상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리먼쇼크 이후 대부분의 전자부품회사가 투자를 축소했지만 무라타는 대폭적인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생산설비 확충에 주력했다.
도쿄증권거래소 주요 상장기업 530개사의 2014년 영업이익이 30조 4천억 엔을 기록하며 리먼쇼크 전인 2007년보다 약 4,000억 엔 증가했다. 최근 일본기업들은 엔저로 인한 수익 확대로 연일 최고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엔저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자동차는 2014년 환차익만으로 9,000억 엔의 추가이익이 발생, 역대 최고인 2조 7,505억 엔의 영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기업들의 실적개선 요인이 엔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 도쿄지부가 일본 주간동양경제 자료를 정리한 ‘일본 주요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가 과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2007년 대비 2014년 평균 환율은 오히려 달러는 5엔, 유로화는 20엔 이상 엔고인 상황으로 동 기간 인건비가 2,000억 엔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2007년보다 5,000억 엔이나 증가한 것은 설계변경, 생산설비의 효율화 등을 지속 추진해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약진은 엔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일본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요인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의 영업 ▲지속적인 연구개발 ▲획기적인 마케팅을 통한 수요창출로 요약이 가능하다.
2000년대 미국시장에 진출한 후지중공업은 ‘스바루(スバル)’ 브랜드로 미국시장을 공략, 2014년 최초로 50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2008년 이후 7년 연속 매년 판매가 증가하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중가격대의 주력 차종인 레거시(Legacy)를 ‘실내공간이 좁다’는 미국 소비자의 의견을 전격 반영해 대형화를 추진하고, 강점을 보유한 SUV차량도 수요가 많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재편하는 등 철저한 고객중심 영업을 통해 최근 미국 내 7년 연속 판매대수가 증가한 유일한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초 히트상품 ‘Zet Stream’을 제조하는 미쯔비시연필도 소비자 중심 전략의 좋은 사례이다. ‘가장 부드러운 볼펜’이라는 압도적인 기술력은 물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사전에 파악, 볼펜과 샤프펜슬을 결합한 사무용 다기능펜, 본체 굵기를 얇게 만든 여성용 ‘F 시리즈’, 비즈니스에 사용하는 5만원 상당의 고급 볼펜 ‘프라임 시리즈’ 등을 발매하며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해 일본에서만 연간 1억개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마니’는 끊임없이 기술력 향상을 추구하는 업체이다. 연 2회 ‘세계 제일인가 아닌가’라는 재미난 제목의 회의를 개최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철저히 폐기해나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안과용 나이프는 올해 중 세계 최대기업인 스위스의 알콘社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34%에 달하는 높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아용품 전문기업 피죤(Pigeon)은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이다. 모유수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중국에서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1,854개 병원에서 ‘모유수유교육활동’을 전개, 단순한 CM 등 상업광고 이상의 광고효과를 창출하며 엄마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중국 유아용품점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2,972개 유아용품 전문점에서 독립 코너를 설치해 판매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은영 도쿄지부장은 일본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은 기나긴 엔고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생산효율화와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면서 “최근 한국기업들도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 향상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신속한 대처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로봇연맹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기전자업계 등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은 약 130만대로 추정된다. 이중 일본에서 약 30만대가 사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 로봇 생산도 50% 이상이 일본에서 생산되는 등 일본은 로봇관련 최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 로봇시장은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2개사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후지코시(不二越), 카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을 포함한 4개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후지코시의 경우 지난해 11월 로봇부문 매출액이 전기대비 38% 증가,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와사키중공업도 3월, 전기대비 약 30%내외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