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플랜 Z’, 우아하게 살아남기
경기 침체라고는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극심한 빈곤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플랜 Z’의 소비를 펼친다. ‘플랜 Z’ 소비는 “통장 잔고가 0원일지라도 삶은 우아하게”를 모토로 삼는다. 이들에게 ‘소비’는 행복의 절대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베짱이처럼 좋은 것들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플랜 Z 세대는 베짱이의 삶을 선택한다. 단, 개미의 정신을 탑재한 베짱이여야 한다.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2015년은 각종 안전사고의 해였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강력범죄가 이슈화되고, 고령‧1인‧여성 가구가 늘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불안감’을 활용한 마케팅과 나아가 ‘불안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감시용 CCTV, 무인 전자경비 시스템, 출입통제 시스템 등 보안영역의 성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1인 미디어의 형태를 빌려왔다. 자기 취향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해 일상적인 소재를 하나의 콘텐츠로 재창조해 대중과 소통하는 1인 미디어가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잡담과 다름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시청자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재주꾼들이다.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브랜드는 마케팅의 핵이었다. 그러나 브랜드는 곧 품질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며 소비자들의 시선이 저가제품으로 쏠리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와 풍부한 정보 덕에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안목을 갖추고 있다.
반면, 전자기기에는 짠돌이 같았던 소비자들도 ‘한 끼 때우는’ 김밥 한 줄에는 과감하게 돈을 지불한다. 가성비는 무조건적인 절약 정신과 다르다. 과도한 포장‧광고‧브랜딩보다는 기본적인 가치, 즉 상품의 절대가치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연극적 개념소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됐다. 이제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드러내놓고 기부를 할 뿐만 아니라, 놀이처럼 즐긴다. 과거 소외된 이웃의 불우한 상황을 보여주는 감정에 호소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윤리소비를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대중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클릭하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이벤트가 많다.
미래형 자급자족, 생태소비의 확산
2012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2년 8개월여 만에 공유 차랑 3천대, 회원 백만 명을 돌파했다. 낯선 타인과 차량을 공유한다는 불편함과 차에 대한 소유욕을 포기하지 못하던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도 크게 변한 것이다. ‘미래형 자급자족’은 100세 시대를 맞아 갈수록 척박해지는 도시생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려고 한다.
원초적 본능, 좌절된 욕구의 다른 이름
언제부턴가 예능, 드라마, 가요 등 사회문화 전반에서 키치적 요소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고상함보다는 경박함, 조화보다는 부조화,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 솔직함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러한 원초적 자극들은 대중에게 재매와 일탈의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최근 관찰되는 원초적 본능 트렌드는 키치적 유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저성장에 따른 좌절감과 이에 대한 반발로써의 성격이 감지된다.
있어빌리티…대충 빠르게, 있어보이게
성실과 인내, 불굴의 투지로 척박한 땅에서 성공을 일궈내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할 수 없고, 환경을 바꿀 수 없는 가혹한 현대에 달관한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기약 없는 희망 대신, 눈앞의 재미와 자격지심을 감춰줄 ‘있어빌리티’를 택한다.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있어 보이게 하는 연출은 이들의 마지막 자존감인 것이다.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춰졌다. 예전과 달리 요즘 젊은 엄마들 상당수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해 늦게 아이를 갖는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며 경력 단절을 감수하는 엄마들은 회사 생활하듯 맹렬하게 육아에 몰두한다. ‘사회인’이 되기 위해 발달돼 온 그들의 사고방식이 ‘엄마’가 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육아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취향 공동체, 나만의 맞춤취향을 찾다
고급-저급, 어른-아이, 남성-여성의 이분법적 취향 구분은 이미 무너졌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이색적인 취미를 당당히 즐긴다. ‘관계중심형’ SNS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정보 획득과 관심사 공유를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중심형’ SNS로 선회하면서 해시태그가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