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5위의 화학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화학 산업이 가파른 수익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상위 화학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1년 평균 영업이익률 8.2% 대비 대폭 하락한 수치다. 반면 글로벌 상위 기업들은 평균 10% 내외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수항 수석연구원은 급격한 수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석유화학에 대한 지나친 편중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화학 산업 중 석유화학은 70% 내외의 절대적 비중(2012년, 생산액 기준)을 차지한다. 경쟁국인 일본은 55%(2010년 기준), 서유럽은 47%(2012년 기준) 수준이다.
석유화학은 대규모 설비에 의존하는 범용 제품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제품 수급과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유가 급락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 영향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화학 산업은 중국 특수에 힘입어 양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으나, 단기 대응 차원의 석유화학 집중으로 Commodity Trap에 더욱 깊숙이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Commodity Trap은 표준화 및 규격화에 따른 제품 간 차별성이 없어져 가격만이 경쟁의 조건이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박 수석연구원은 “중국을 겨냥한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설비 투자가 집중되면서 급속도의 성장을 가져온 반면, 제품의 다양화, 고부가화 등 질적인 면에서는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 경쟁 심화 추세에 따라 구조적인 경쟁력이 한계에 노출된 것도 원인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 경쟁국 화학기업들은 원칙에 충실하거나(Play by the rules), 판을 바꾸는(Change the rules) 전략을 통해 Commodity Trap에 대응하고 있다. 설비 대형화, 기술 개발, 설비 합리화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범용 제품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차량 경량화용 기능성 플라스틱 등 제한적인 분야 중심의 대응이 진행 중이나, 기술 확보 등 현실적인 준비 부족으로 획기적인 구조 변화 가능성이 낮아 설비 통폐합 등의 합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경쟁국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R&D 투자 규모 감안 시, 글로벌 메이저들과의 경쟁을 통한 고부가 제품 다변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수석연구원은 “계획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Commodity Trap 영향을 점검하고 산업 차원의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재 고부가 제품군으로 인식되는 영역도 글로벌 경쟁자 확대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범용 제품化의 리스크(Risk)가 존재한다“며 ”해당 영역 내 자발적 조율과 함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