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성능 유연전자소자를 위한 기술은 사용자가 자유롭게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특히 전자 섬유는 편안하게 입을 수 있고, 움직임에 따라 늘어날 수 있으며, 공기·땀의 배출이 쉽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 섬모구조를 이용해 접착력을 향상시켜 옷, 돌멩이 등에도 전자소재를 단단히 부착할 수 있는 전자섬유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복잡하고 거친 표면을 갖는 옷, 돌멩이, 반창고 등 다양한 소재에 고성능 및 고집적 전자소자 제작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입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및 컴퓨터 또는 의료 및 환경 모니터링 센서 분야 활용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공 섬모를 이용한 전사 인쇄법은 다양한 사물 및 동식물에 친환경적으로 전자소자를 부착시킬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기술과 연계한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핵심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고흥조 교수(광주과학기술원)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교육부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소재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번 연구 내용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1일자에 게재됐다.
고성능·고집적 소자가 사용되는 전자섬유의 경우 반도체 공정을 통해 소자를 먼저 완성한 뒤 직물에 전사 인쇄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직물 표면의 굴곡이 매우 복잡하고 구멍이 많아 충분한 접착력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전자소자를 옷에 붙이기 위해서는 움직임이나 마찰 등에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접착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사 인쇄 시 기존 직물이 갖는 고유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직물과 소자 사이의 접촉면을 늘리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고흥조 연구팀은 수 마이크로미터의 얇은 두께를 갖는 고분자 유연기판 주변에 인공 섬모구조를 형성시켜 거친 직물 표면을 안정적으로 감쌀 수 있게 해 접촉 면적을 늘렸다.
적은 양의 접착제(중량비로 약 5% 이내 사용)를 인공 섬모구조 주변에 형성시키는 방법을 적용해 원래 직물의 고유 특성을 유지시키면서도 전자섬유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직물과 소자 사이의 접착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 제작한 전자섬유를 학생 연구원의 셔츠에 꿰매 변형을 가하고 실생활에서 입고 다녔다. 또한 1만번의 반복적인 인장변형과 세제를 풀어 놓은 물에 담금 세탁(20분) 후 30분 간 깨끗한 물에 씻어내 건조를 해도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유지했다.
인공 섬모구조를 도입한 유연기판은 높은 접착력 덕분에 직물뿐만 아니라 반창고, 차(tea) 거름망, 면봉, 돌멩이 등 평평하지 않고 복잡한 표면에도 전사 인쇄가 가능해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자섬유를 제작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일차원적인 실 가닥을 서로 엮어 에너지 저장/변환 시스템, 발광소자, 간단한 논리회로, 센서 등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한 고집적 소자를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는 안테나, 논리회로, 전기변환 소자, 센서 소자, 에너지 하베스팅 등 얇은 박막 소자를 먼저 안정적으로 제작한 후에 원하는 곳으로 전사 인쇄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 상용화 돼 있는 반도체 소자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고성능 소자 제작에 용이하다.
후자의 경우 전자소자 및 직물 사이 경계면 불일치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얇은 고분자 기판을 이용해 접촉면을 향상시키고, 소자를 큰 변형에도 견딜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고, 기판의 특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 연구는 직물 변형에 소자가 견딜 수 없는 구조이거나 소자의 접촉면 확보를 위해 직물의 고유 특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흥조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단순한 구조의 소자 응용에 국한돼 온 기존 전자섬유의 기술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성능․고집적 소자들을 직물 등 여러 복잡한 표면에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입기에도 편리한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건강·환경 모니터링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