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금도끼 은도끼』전래동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웠던 우리 국민들이 최근에는 ‘금수저, 흙수저’ 신조어를 통해 사회 실태를 접하고 있다. 2015년 신조어로 등록된 금수저, 흙수저 즉, ‘수저계층론’은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이슈화됐고, 국민들은 경제적 격차를 체감하며 삶에 대한 불만족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확장·지속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사회이동성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흙수저는 금수저가 될 수 없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수저계층론’이 태동된 원인 진단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청중들과 공유했다.
중앙대학교 이병훈 교수는 “청년층들 스스로가 수저 계층론에 빗대 본인을 평가하며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잃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병훈 교수는 통계청의 2006~2015년 지니계수·5분위배율·상대빈곤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이후 소득불평등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이 교수는 객관적인 소득 분배 흐름이 개선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의 불평등 인식은 커져만 가는 괴리가 발생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흥미로움을 표했다.
이 교수는 “과거 갑(甲)질과 같은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현재 부정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자산 등의 변화와 관계없이 사회적 체험으로 신분의 격차 인식이 심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청년층이 중장년층보다 더 비관적이며, 고학력층, 중하·중산층이 부정적 태도를 크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교수는 “경제정책 등 객관적인 조건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의 주관적 인식, 태도 박탈감 등을 분석해 정부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 선진국들의 경우 국민들의 행복지수, 심리적 자료 등을 객관적 지표 자료와 연관시켜 관리하고 있다”고 심리적인 원인의 해결을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한준 교수는 “최근 경제성장률이 저하되다보니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에 반해 교육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제한된 일자리에 자격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탈락자는 더 큰 아쉬움을 느끼게 돼 이런 구조적 이동이 주관적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넌 할수있어’라는 열망을 불어 넣어주는 ‘열망 제고’가 중요해 부모 양육방법 교육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취약계층 청소년 및 청년들의 부족한 부분을 매꿔줄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진학, 취업 선발 시 취약계층의 선발 비중을 확대하는 ‘기회균등 정책’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주제 발표에 그치지 않고 발제자들의 의견을 상호 교환 할 수 있는 종합토론자리가 마련돼 서로의 의견에 대한 보완점을 공유하며, 의견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청중들은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상황 진단이 향후 계층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하루빨리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어느 순간 등장한 ‘흙수저·금수저’ 신조어가 영향을 미친 인식의 뿌리를 뽑기까지는 장기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