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간단한 방법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헬스케어 산업과 IT 기술의 접목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과 헬스케어 산업의 접목 역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헬스케어 AI에 대한 관심은 투자 동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16년 88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헬스케어 AI는 의료 이미징에 도입해 진단 결과를 개선할 수 있고, 신약개발에 활용해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 가상 간호사에 의한 상담 서비스 제공 또한 가능하다.
이 중 특히 ‘신약개발’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이 강력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은 평균 10년의 개발 기간과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단계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수익/고위험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단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면 수백만 건의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KT경제경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사(twoXAR)는 신약 후보 물질을 식별하고 기존 연구결과를 이용해 가치와 리스크를 평가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단백질상호작용, 화학 구조, 임상 데이터 등을 포괄적으로 활용한 신약 발굴이 가능하다.
일본의 제약기업 산텐은 투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해 녹내장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는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을 이용해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슨 역시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베네볼렌트AI(BenevolentAI)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독점 라이센스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대 제약기업들 중 인공지능 도입을 밝힌 기업은 전무한 상태다.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의 류한석 대표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AI 도입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한편, 이처럼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풍부한 데이터의 효율적인 분석 및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는 머신러닝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빅데이터는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류 대표는 “그러나 국내 제도 상, 의료 데이터는 병원 내에서만 보유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돼있어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데 제약이 존재한다”며 “이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의료를 민간 산업으로 볼 것인가, 또는 공공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관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이라는 토대에서 의료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 위주로 규제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