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올해 2분기를 중심으로 최근 경제 동향 및 경기 흐름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형태의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수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요부문별 및 산업별 경기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시사점을 담은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경기 하강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외형상 경제성장 속도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의 방향성은 뚜렷한 하강 국면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인 2017년 4분기 대비 1% 향상을 기록했다. 다만, 전기의 성장률이 -0.2%로 침체를 보여, 이에 대한 기술적 반등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가 모두 장기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현 경제 상황은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판단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작년 5월을 정점으로 1년여 간 하락 기조를 지속하고 있고, 경기 방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도 작년 7월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따른 것이다.
수요부문별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이후 내구재 중심의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4월 중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의 호조로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그러가 하면, 1월과 2월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설비투자가 3, 4월 들어 각각 전기 대비 7.8%, 3.3% 하락해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향후 설비투자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과 자본재수입액 증가율도 하락하면서 향후 설비투자 침체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건설경기 동행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선행지표의 침체 정도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건설투자는 4월 중 동행지표 상으로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선행지표가 되는 건설수주액은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 향후 건설투자가 급락할 가능성이 확대됐다.
수출 부문은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여전히 단가 상승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2~4월의 부진한 국면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다만, 5월 중 수출 증가도 수요 회복에 의한 물량 요인보다는 단가 상승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실물경제의 부침이 고용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체감실업률이 높아지고 신규취업자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실업률은 4.1%로 전년 동월 기록인 4.2%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4월 체감실업률은 11.5%로 전년 동월의 11.2% 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또, 신규취업자수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30만 명 선에서 10만 명 선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 측 물가 요인 중 국제유가 및 일부 원재자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생산자물가도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연초 1% 내외에서 1%대 중반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더불어, 가계 소비심리가 소폭 개선되는 가운데서도 기업 심리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가계가 체감하는 현 경기 상황과 미래 전망 모두 소폭 개선됐는데, 가계의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체감 정도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가 지난달 89P로, 4월의 86P보다 상승했다. 그에 반해, 6월 들어 기업의 경제심리가 5월보다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경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이다.
산업별로 보면, 4월 들어 제조, 건설, 서비스 분야의 생산이 모두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전 산업군의 생산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그 중,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와 유화 부문 생산 호조로 소폭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재고 증가와 출하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생산 확장도 일부 산업에 그치고 있어 경기가 견고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업의 생산 증가율은 소비 회복의 영향으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편, 건설업은 기존 수주물량의 영향으로 아직은 높은 생산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건축 및 토목 부문 수주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건설투자 침체가 확정적이라는 결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러한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경기 후퇴’ 국면에서 ‘경기 침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의 도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주 실장은 향후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투자절벽에 따른 성장력과 고용창출력 고갈 ▲가게부체의 소비 제약효과 ▲산업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경기 양극화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가계 구매력 위축 ▲분배 중심의 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거론하면서, 이러한 요인들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들 중 상당수가 현실화된다면, 국내경제에 수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 상 핵심요인인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력 및 고용창출력 고갈을 방지하고, 가계부채의 구조조정 과정 상 과도한 소비위축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며, 주력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의 활로를 적극 모색해 수출경기의 회복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덧붙여, “국제유가 상승 등의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내수침체-고물가’의 스태크플레이션이 전개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경제상황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거시경제정책 본연의 목적인 경기안정화 기능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