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호주가 ‘글로벌 트럭 제조사’의 거점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보고서인 ‘호주, 자동차 제조 산업은 정말 끝난 걸까?’에 따르면, 북미, 유럽 대비 현저히 작은 규모의 시장을 지닌 호주에서 포드와 도요타, GM홀덴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가 완전 철수를 선언한 지난 2017년 이후, 호주 자동차 산업은 수입차 위주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장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트럭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호주에서의 완성차 생산은 중단된 것이 사실이나, 세계적인 트럭 제조사는 여전히 호주 내에서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IBISWorld에 따르면, 2018~2019년 기준, 호주 내 차량 제조 및 관련 업체로 등록된 곳은 총 301곳으로, 이 중 약 70%가 트럭과 버스를, 나머지 30%는 AVT, 군용 특수차량, 커스텀 제작 차량 등을 생산 및 제조하고 있다.
호주에서 트럭시장이 발달한 배경에는 광활한 영토를 이유로 빠르게 성장한 운송 및 물류 산업이 있다. 대부분의 호주 도시는 주로 해안가에 집중돼 있어 주요 도시별 이동 거리가 길며, 제조업의 높은 해외 생산 의존도로 인해 내륙 물류 운송시장이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트럭은 운송 및 물류 산업에 있어 필수적인 존재다. 호주물류협회에 따르면, 호주의 운송 및 물류 산업은 전체 GDP의 약 8.6%를 차지하며, 이 중 트럭을 이용한 내륙 물류의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현재 호주에서는 스무 곳 이상의 트럭 브랜드로부터 준중형 이상급 트럭이 판매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지리적, 산업적 이점과 더불어, 다수의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환경은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에 충분히 자극적인 요소로 자리했다.
실제로, 북미 트럭 브랜드인 Freightliner를 포함, 스웨덴 상용차 브랜드인 스카니아(SCANIA)와 한국의 현대자동차 등의 완성차 제조사들은 호주를 트럭 제조에 있어 적합한 테스트베드 장소로 택했으며, 호주에서의 성공적인 출시를 마치고 수익 확대를 위해 달리고 있다.
KOTRA의 하창모 호주 시드니 무역관은 “완성차 제조 시설의 철수, 코로나19로 인한 판매량 급감, 일부 브랜드 시장 철수 및 브랜드 폐지 등 부정적인 헤드라인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것들이 호주 자동차 산업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주 내 상용차 제조는 특히 국내 자동차 부품 공급기업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진 시장을 본보기 삼아, 위기 속에서 생겨난 신수요에 대응해 기회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