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영국 런던에서 ‘만국 산업생산물 대박람회(만국박람회)’가 열린 이후, 1928년 국제박람회기구(BI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가 창설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70개의 회원국을 보유한 BIE는 세계박람회(엑스포, EXPO) 개최국 결정, 의무 및 권리 규정, 갈등 조정, 개최 횟수 등을 관할한다.
공용어가 프랑스어와 영어로 정해져 있어 과거부터 유럽과 북미의 영향력이 큰 BIE에서 아시아 최초로 집행위원장을 3차례 연임하고, 2019년 총회의장에 선출돼 지난해 재선까지 성공한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최재철 BIE 총회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세계박람회, 그리고 2020 두바이
최재철 의장은 “박람회는 비행기, 무선전화, 영상통화 등 ‘설마 저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뤄냈다. 박람회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 현실에 없는 것은 타임머신뿐일 것”이라고 밝혔다.
증기기관, 기관차, 전화기, TV 등 현대 인간 문명의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준 중요한 발명품들을 지속해서 배출하고, 사람들의 상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세계박람회라는 설명이다.
BIE 공인 세계박람회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 두 종류로 나뉘는데, 그 중 ‘산업·문화 올림픽’이자 ‘박람회의 올림픽’으로서 광범위한 주제로 열리는 등록박람회는 5년에 1번, 명확하게 특정 주제를 다루는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 개최 주기 사이에 열 수 있다.
두바이 엑스포의 1년 연기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가별 일정 조정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검토도 필요했고, 참석을 약속했더라도 일정 변경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국가들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연기 결정을 채택한 최재철 의장은 박람회 참가 여부는 각 국가에 맡겼는데, 우려와 달리 거의 모든 국가가 ‘엑스포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겠다’거나, ‘팬데믹이기 때문에, 세계박람회를 꼭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뻤다. 어려운 때일수록 글로벌 커뮤니티가 서로 단결하는, 참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각국의 동참으로 1년 뒤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개최한 두바이 엑스포는 방문객 1천만 명을 이미 넘기면서 목표로 세웠던 2천5백만 명도 달성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보인다.
최재철 의장은 “연결이 어려워진 사회에서, 때마침 연결이란 주제가 딱 들어맞아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듯하다”라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두바이 엑스포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팬데믹으로 사회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봤다. 우리 사회가 축소 지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럴수록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람회를 통해 보는 세계 트렌드…‘환경’과 ‘지속가능성’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는 최초로 BIE의 공인을 받은 인정 박람회인 1993년 대전 엑스포,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부산이 한국 최초로 등록박람회를 열기 위해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국가와 지역이 세계박람회 유치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최재철 의장은 “박람회는 개최하는 지역에 새로운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단기간의 이익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유산으로 봤을 때 그 경제적 가치가 크다. 또한 혁신과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함으로서 국가적 위상 제고 및 입지를 강화할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박람회의 주제는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세계 기조가 환경 이슈를 가장 우선하면서, 엑스포 또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두바이 엑스포의 경우에는 서스테이너빌리티 관에서 전기를 모두 태양광으로 공급하고, 엑스포에 방문할 때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을 이용했다면 탄소 상쇄권을 사도록 하거나, 전시장 내부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2025년 개최 예정인 일본 오사카는 탄소중립 엑스포를 선언하기도 했다.
최 의장은 “한국에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이 급진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 대안을 생각해내야 한다. 두바이 엑스포는 그 대안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1988년에 개정된 BIE 협약에 따라 박람회, 엑스포, 전시회 등 어떤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2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를 ‘21일 이상’ 할 때는 국제박람회기구의 승인을 꼭 받아야 합니다. 21일 미만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관계없지만, 21일 이상 진행하는 행사는 꼭 BIE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합시다.
● 세계박람회(등록박람회) 개최국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박람회의 주제가 ‘글로벌 트렌드를 나타내 줄 수 있는가’입니다. 세계의 새로운 사조(思潮)를 보여준다면 모든 국가가 지지하겠죠. 두 번째는 국가의 역량입니다. 다만, 그 역량이 단순히 국가 자체의 파워가 아니라, 경제력, 박람회의 비즈니스 플랜 및 실행가능성 등 유치 능력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심사합니다. 개최 후보국들은 모두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치 희망국이 많을수록, 유치 주제에 대한 설득력과 교섭 전략이 더 중요합니다.
● BIE에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세계박람회 개최국을 지역별, 대륙별로 분산 개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비즈니스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지역 안배라는 논리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