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고금리·고물가로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위해 한국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이 나왔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27일 ‘2024 제1차 KOSI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 토론회 자리에서 “기업 구조조정이나 한계 기업 정리는 기업인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면서 “세계 트렌드와 맞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을 위해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한국의 고금리 정책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제안됐다.
화두는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던졌다. 그는 일본의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과 유럽 실물경기 침체를 언급하며 “세계 실물 경제는 미국과 나머지 국가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경제는 증시와 실물 경기가 따로 놀고 있다. 증시는 투자자가 몰리며 연일 고공행진하는 반면, 실물 경기는 그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지독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잡기가 갈수록 요원해지면서다.
미국의 상황은 정 반대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 열기와 경제 호조에 힘입어 경기 침체 없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유철규 교수는 고금리 자체가 미국에게만 유리한 ‘꽃놀이패’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에서 계획됐던 투자가 미국으로 향하고, 일본의 대외 자산도 도로 미국으로 들어가는 절묘한 구조”라면서 “미국으로 전 세계 자본과 투자가 모이고 있는데 상황을 바꿀 이유가 없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은 물가나 경기 중 하나를 택하는 금리 정책을 넘어 다양한 생각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오동윤 원장은 이에 동의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금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세계 트렌드와 맞지 않아도 중소기업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금융 부담을 덜어줄 대환대출을 5천억 원 규모로 개시했지만, 지원 받을 기업 수가 한정돼 있어 한계가 분명한 정책”이라며 “결론적으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