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본보는 국내 중소기업의 대표들을 만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은 어떠한 것인지를 들어 보았다. 첫 번째로는 35년의 업력을 가진 황해전기의 차미영 대표가 나서줬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황해전기는 35년의 업력을 품은 곳으로, 창업주인 차진호 회장의 뒤를 이어 차미영 대표이사가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황해전기는 1997년 한국을 강타한 IMF의 충격에서도 지금까지 회사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링블로워’를 개발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해 왔으나 최근 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그 엄중함을 또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공계 고등학생에게 정부 차원의 동기부여로 인력난 해소해야
“K-뷰티, K-푸드 등 한국의 브랜드가치 때문에 상승세를 보이고 젊은 인력의 유입도 원할한 제조업 분야도 있기는 하겠지만 전통적인 기계, 뿌리산업 분야는 신규 인력의 유입도 잘 안되고 설령 들어오더라도 이탈률이 높다”고 말한 차 대표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1970~90년대 기술력으로 유지되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제품이 대량으로 저가경쟁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차 대표가 지목하는 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공단으로 들어오려는 젊은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고, 가뭄에 콩나듯 제조현장에 들어온 젊은 피들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기간만 근무하고 나면 현장을 떠나기 일쑤다. ‘숙련공’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제조현장의 당면 과제다.
차 대표는 “짧은 기간만 일하기 때문에 단순인력만 늘어나게 됨에 따라, 기업은 기업대로 인력을 양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단순히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때부터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넛크래커’ 현상 겪는 국내 제조업, 탈출구는 ‘연구개발
'넛크래커 현상‘은 당초 일본 또는 유럽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가경쟁 사인 끼인 한국의 모습을 표현한 용어다.
“유럽의 품질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 사이에 우리나라가 껴있고, 특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우리나라의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차 대표는 “결국은 양산형 관련 시장은 중국이, 특수화‧맞춤형 제품은 우리나라가 하는 형태로 시장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황해전기도 이에 발맞춰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다수의 국책 R&D를 수행해 온 황해전기는 최근에는 국가 기관의 개발의뢰를 받아 시장을 고를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성장해 옴에 따라 앞으로는 이를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각자도생’이 아닌 체감할 수 있는 ‘든든한 정책’ 필요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만, 영세 중소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정책의 효용은 차갑기만 하다.
“코로나19가 한참 극성일 때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많이 풀었지만, 소상공인만 받을 수 있었고 법인은 신청자격이 안돼 ‘각자도생’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차 대표는 “자금지원도 가점제로 바뀌었는데, 결국은 여력이 있는 업체들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실제 소상공인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서류 작성할 인력조차 없는 곳들도 허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대표는 “정부에서 내놓는 지원책을 보면 현장의 필요가 반영되지 않은 일반화‧획일화된 정책이 많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원책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회사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며, “100% 반영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성이 반영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