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이달 초, 제주도청 대변인실에 입사한 신입 아나운서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식유튜브에서 ‘Weekly JEJU' 콘텐츠의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가, 'AI(인공지능) 가상인간’ 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청 아나운서 '제이나(J-NA)'는 AI 음성·영상 생성 업체의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다. 원고도 ChatGPT로 작성한다. 제이나가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로 몰려든 사람들은 목소리 톤이나 속도 등이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공통적으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이나처럼 콘텐츠 제작에 쓰이는 AI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12까지 방영한 프로그램 ‘PD가 사라졌다’는 AI PD ‘엠파고’의 첫 연출 입봉 과정을 담았다.
엠파고가 출연진 캐스팅과 출연료 협상, 연출과 편집 등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출연진과 시청자들로부터 ‘괴랄하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학습한 데이터로 변하는 엠파고의 모습에, 출연진들은 ‘인간미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XR 기반 몰입형 콘텐츠 포탈인 ‘엘리펙스’에 촬영장을 디지털 공간에 옮겨 놓은 ‘3D 버추얼 스튜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엠파고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스튜디오 독점 컨텐츠를 즐기는 등 ‘참여형’ 시청을 제공한 것이다.

사회 전 분야를 향해 전진하는 AI 서비스
이렇듯, AI는 올해도 그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AI 기업들에 한정 지어 보더라도, 활발하게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 기업 ‘스코웍스’는 2월 20일 자체 플랫폼에 ‘웹소설 AI 어시스던트’를 공개했다. 초기 스토리 에피소드 자료를 추가하고 인물 설정을 프롬프트에 입력하면 AI가 웹소설 집필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창작의 고민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블랙박스 전문기업 ‘지넷시스템’은 AI 화물차 블랙박스를 2월 22일 출시했다. 이미지 센서를 적용한 빛 보정 기능으로 차량 번호판을 왜곡 없이 식별할 수 있고, AI로 인체·사물을 감지해 경고장치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 ‘앞차 출발’, ‘추돌 감지’, ‘차선 이탈 감지’ 기능이 탑재된 안전운행 보조 시스템도 동작한다.
AI를 도입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들도 있다. ‘포스코 DX’는 업무용 AI 전문기업인 ‘다큐브’와 협업해 2월 20일 AI 업무비서 ‘보이스 프로’를 도입했다. 경영정보에 대한 실시간 답변과 사용자 권한에 따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사내 연차·복지 제도와 같은 규정 및 프로세스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다큐브는 이달 13일 ‘IBK기업은행’ 대상의 맞춤형 AI 영업비서 제품도 론칭했다. IBK기업은행 약 2천 명의 지점장과 팀장이 활용할 AI 영업비서는 ‘경영정보 조회’, ‘고객·직원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성 및 텍스트를 통한 대화식 업무 처리도 가능하다.
‘마인즈앤컴퍼니’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AI 공문서 시범 서비스’ 개발에 참여해 자체 구축한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해 공문서 내 법률과 행정 정보 등을 사용자의 의도에 맞게 찾아주는 기능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록션’은 법률 AI 서비스 ‘로스닥’을 1월 17일 출시했다. 승소 사례 및 판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송 전 사건의 승소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건을 입력하면 가장 유사한 승소 사례를 찾아 유사도를 퍼센티지(%)로 제공한다.
사용자가 맞춤형 데이터를 확인하고 소송을 결정하면, 소장 초안이 자동으로 작성되고 소송 진행에 필요한 소송 개요도와 각종 소송 서식 및 작성 예시가 제공되는 식이다.

ChatGPT가 1월 10일 공개한 유료 이용자 대상 GPT 거래 플랫폼 ‘GPT스토어’에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블루바이저시스템즈’는 AI 비대면 면접 서비스 ‘하이버프 인터뷰 GPT’를 2월 20일 등록했다. 가상의 면접관 역할로 사용자가 다양한 면접 상황에 연습하고 준비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3가지 주요 질문을 통해 사용자의 대응을 분석하고, 점수와 함께 면접 답변을 보완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문제해결, 의사소통, 상황판단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설계됐다. AI 자동화 재태크 솔루션도 함께 등록했다.
AI 영상 분석 기업 ‘씨이랩’은 AI 기반 동영상 요약 기능을 갖춘 서비스 ‘비디고(VidiGO)를 2월 1일 GPT스토어에 등록했다. 사용자들이 영상분석 서비스를 ChatGPT 내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씨이랩은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AI 컨퍼런스인 ‘NVIDIA GTC (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 참가해 이 서비스를 직접 시연할 예정이다. AI 모델 학습을 위한 합성데이터 생성 솔루션과 GPU 활용 능력 개선 솔루션도 컨퍼런스 참가자들에게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보다 나은 AI 서비스를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나라지식정보 △데이터웨어 △GDS컨설팅그룹 3사는 ‘국내 여행로그 데이터세트(이하 데이터세트)’를 활용한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활용 방안을 이달 6일 제시했다.
데이터세트는 데이터웨이와 GDS컨설팅그룹이 2년에 걸쳐 수행 중인 결과물로, 사업완료시 여행자의 이동 패턴, 활동 내용 등 2만 8천여 건의 여행 데이터가 AI 학습용 데이터로 공개된다.
이번 협약은 이 데이터세트가 나라지식정보가 개발 중인 ‘페르소나 기반 맞춤 관광추천시스템(TRS)와 결합되는 것으로, 여행스타일·정보 등 14개의 구성요소로 이뤄진 345억여 개 이상의 페르소나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풍부하면서 개인의 측성이 반영된 검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개발 계획이다.

AI가 선사할 미래, 인류 멸망이냐 존속이냐
그러나, 이처럼 활발하게 전개 중인 ‘AI 기술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미국 국무부가 공인한 글래드스톤 AI의 보고서는 200여 AI 회사 대표·보안전문가·무기 전무가·국가안보 당국자 등을 인터뷰해 AI 시스템이 최악의 경우 인류 절멸 수준의 위협을 제기한다고 경고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달 13일 ‘AI 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인력양성 과제’ 보고서를 내놓고 AI로 대체될 일자리가 2022년 전체 일자리 기준 13.1%인 327만 개로 추정했다. 특히, 제조업에서 93만개, 전문가 직종에서 196만개 일자리가 소멸할 위험이 있어 미래 일자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 미디어 '포춘코리아'에서는 ‘시간여행자에게 한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AI가 인류에게 재앙이 됐는지,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라는 언급도 나왔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마저도 AI에 대한 전망이 반으로 나뉜 상황을 반영한 듯하다.
요즘 웹툰·웹소설에서는 ‘회귀물’이 유행이다. 한 분야의 정점에 선 주인공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거나, 현재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이동해 미래를 알고 있는 상태로 성공적인 선택만 하는 삶을 사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한 종교인은 “미래를 모르기에 순간순간이 두렵고 망설여지는 인간의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핵무기보다 파괴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는 식의 AI를 향한 우려에도, AI와 이를 기반에 둔 서비스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AI가 인류에게 ‘책임 있는 도우미’가 되도록 적절한 규제와 심도 깊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