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계류 중인 ‘인공지능(AI)법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AI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 등 14개 시민단체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실효성 없는 과방위 계류 AI 법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해 과방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은 이름만 있을 뿐, 극소수의 의원과 정부를 제외하면 누구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며 “어제 과방위 측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AI 기본법의 문서화된 안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 언론에서는 21일부터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의’를 이유로 21대 국회에서 AI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라며 “AI 산업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유지만 정작 법안의 내용은 정부도, 국회 상임위원회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이종호 과학통신기술부 장관은 ‘AI 기본법’에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우선 허용 사후규제 원칙을 삭제했다고 말했으나, 법안의 공식적인 내용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형국에 어떻게 모든 우려를 해소했다고 할 수 있느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허겁지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더 많은 시민의 투명한 공론을 거친 진짜 AI 기본법의 추진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참여연대의 한상희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차별과 편견을 그대로 학습한 AI가 이미 사회적 약자들에게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모습이 이미 여러 차례 목격됐다”라며 “자본의 탐욕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모습에 대한 통제가 ‘AI 기본법’의 취지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의 김병욱 위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법안의 문제점은 우선 허용 사후규제 원칙 조항 삭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에서 통과된 AI법은 사람의 잠재의식, 사람 또는 단체의 취약점, 실시간 원격 생체 인식 식별 시스템을 이용하는 AI가 수용 불가능한 위험이라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역 전반을 규율하는 ‘AI 기본법’은 산업계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AI의 위험성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를 포함하는 균형 잡힌 법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는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속히 고위험 AI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며 “그렇기에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AI법이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제정될 것을 제안한다”라며, ▲금지 대상 고위험 AI의 기준 및 범위 규정 ▲AI에 대한 명확한 정의 ▲시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 ▲고위험 AI 개발자 및 활용자의 책임성 요구 ▲공공기관의 AI 시스템 도입 전 인권 영향 평가 시행 및 자료 공개 ▲AI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권리 및 구제책 ▲독립적인 AI 규제 전담 감독기구 지정 등의 조항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병일 대표는 “22대 국회에서는 과방위의 논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쟁점에 대해 시민사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돼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