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중소기업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법안 유예가 불발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헌법소원 심판에 회부된 가운데, 중처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16일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리화 및 산재예방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중처법은 처음 입법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던 법안”이라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처법은 체계와 내용에 있어 안전원리와 법리에 크게 배치돼 형식적 안전을 조장하고 안전에 대핸 냉소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뿐, 재해예방에 대한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며 “이행하기 어려운 규정과 엄벌 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공포분위기로 몰고 수사기관의 이현령비현령식 법집행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중처법 실행 이후 중대재해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통계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산업재해를 둘러싼 여건과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늘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중처법의 이행가능성과 자의적 법집행에 따른 부작용 발생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정 교수는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관계법 체계와 법원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제정된 결과로, 전체적으로 헌법상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매우 많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대대적인 정비를 시행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위상과 역할에 맞는 의무를 부과하고, 구성요건의 차별화 및 명확화가 이뤄질때 재해예방의 실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중기중앙회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근로자·정부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가능”하다며, “특히 인력과 예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서류 중심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조치로서 안전수칙의 작성·주지(교육)·준수여부 확인·미준수 시 인사조치의 단계별 안전수칙 준수관리 노력을 하고, 근로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해야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 최준선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용노동부 박희준 과장 외에 업계를 대표해 베델건설(주) 정동민 대표이사, 유노수산 김태환 대표, ㈜탑엔지니어링 김도경 상무이사가 현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중처법에 느끼는 어려움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덴톤스리 김용문 시니어 변호사와 태평양 최진원 변호사가 중처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무규정 명확화와 공적 인증제도 도입, 법 적용 유예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학계에서는 을지대학교 이명구 교수와 가천대학교 이근우 교수가 처벌보다 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의 법령 정비 필요성과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문제점 지적을 통해 중처법의 한계를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