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은 증기기관·전기·인터넷처럼 사회 전체를 바꿀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이다. 기술의 잠재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쓸 수 있는 사람과 시스템을 갖춰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정동 서울대학교 응용공학과 교수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범국가적인 AI 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 세미나 기조강연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AI를 잘 활용하는 사회 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범용기술은 증기기관·전기·인터넷 등 산업적·사회적·인문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뜻한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AI라는 기반 기술은 산업·경영·의료·바이오·농업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활성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범용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용기술 도입 초기에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생산성의 역설'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동 교수는 증기에서 전기로 기술 혁신이 일어난 당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증기기관 공장은 생산 설비를 최대한 동력원 근처에 배치했고, 전기가 도입됐을 때도 설비와 작업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이후 40년간 전기 동력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공정을 재배치한 뒤에야 공장의 생산성이 올랐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사회가 바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할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비로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증기기관 중심이었던 유럽은 전기 등장 이후 쇠퇴했고, 전기 시대에 빠르게 대응한 미국은 강대국이 됐다"면서 "AI 시대는 국가 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를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