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무역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현지 정부 기관을 사칭해 수수료를 요구하고, 기업 간 거래 이메일을 해킹해 계좌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금을 탈취하기도 한다. 네트워크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무역사기에 특히 취약하다.
이에 무역사기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무역사기 예방 및 대응 방안 설명회'가 진행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법무부 등 관계 기관 전문가가 총출동해 무역사기 예방법과 피해 시 대처 방법을 소개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KOTRA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무역사기 건수는 626건, 피해액은 3천253만 달러에 달한다. 올해도 포르투갈, 싱가포르, 토고 등 여러 무역대상국으로부터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재 KOTRA 해외정보관리팀장은 "무역사기는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하기 어렵다"면서 "사기 유형을 잘 숙지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자주 발생하는 무역사기 유형은 ▲제품만 받고 결제를 거부하거나 잠적하는 결제사기 ▲수입 대금만 받고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불량품을 보내는 선적불량 ▲현지 정부나 에이전트를 사칭해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금품사기 ▲거래 이메일을 가로채 제3자 계좌번호로 대금을 편취하는 이메일사기 ▲서류를 위조해 운송비 등을 갈취하는 서류위조 ▲공장 방문을 핑계로 초청장을 받고 잠적하는 불법체류 등이다.
무역사기 의심기업을 골라낼 방법도 소개했다. 대다수 무역사기 시도는 현지에서 의심업체 정보를 확인해 예방할 수 있다. 해외무역관 등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진성바이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구글 검색으로 기업명, 주소, 위치,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웹페이지가 없거나 연결되지 않고, 지도상 위치가 다르다면 의심해야 한다. 회사 대표번호가 개인 휴대전화라면 무역사기를 위한 대포폰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등록증이나 부가세 번호를 입수해 확인해볼 수도 있다. 현지 기업 조회사이트를 통해 기업명, 대표자 이름, 주소 등을 대조한다.
빠른 도움이 필요하다면 KOTRA 현지무역관에 연락한다. 무역관에서는 현지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업체와 직접 유선으로 연락할 수 있다.
김성재 팀장은 "KOTRA는 무역사기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매뉴얼을 발간하는 등 무역사기 예방에 힘쓰고 있다"면서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성직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 검사는 무역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무역계약서는 피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혹여 분쟁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역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격, 수량, 품질, 기한 등 중요요소를 최대한 상세히 기입한다. 목적물의 수량과 단위별 가격, 세금 포함 여부, 품질 요구사항 등 거래 조건을 규정해 두면 사기 방지는 물론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계약서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신용장 거래, 선수금, 분할 대금 납부, 무역보험 등이다. 이성직 검사는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편입하면 보다 확실하게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분쟁 해결 방법도 정해둔다. 분쟁에 적용할 준거법, 소송절차 또는 중재절차 선택, 분쟁 해결 지역 등이다. 분쟁해결지를 국내로 설정하면 소송 대응이 쉽지만 승소해도 집행이 어렵다. 국외로 설정하면 소송 대응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반면 집행은 용이하다.
이성직 검사는 "무역계약서 작성 과정에는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기술유출, 책임이전, 불가항력 등 여러 고려사항이 존재하고, 당사자의 상황에 따라 추가되는 사항도 많다"면서 "작성 중요사항을 유념하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 국제법무지원과는 국제법무 전문가의 온·오프라인 상담, 법률설명회, 국제법무자료 발간 등으로 해외진출기업을 지원한다"면서 "무역계약서 작성을 철저히 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활용해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