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두고 정부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잭팟’이자 유럽 원전사업 진출의 교두보라고 평가하지만, 민주당은 수주 실적에 무리하게 매달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깡통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7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 메가와트(MW)급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잭팟’이라며 환호했다. 부진했던 원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체코에서 실적을 쌓아 유럽 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원전 동맹’ 구축을 목표로 체코 순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원전 수출에는 걸림돌이 숱하다. 우선 원천 기술의 지식재산권이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에 있다.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수출도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때는 막대한 기술 로열티를 제공해 합의했다. 수주액의 약 10%를 기술사용료와 핵심기자재 조달비용 등의 명목으로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제2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이하 산자위 회의)에서 “구체적 자료는 없지만 (웨스팅하우스에 돌아간 비용을) 약 20억 달러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체코 원전 수출도 발목을 잡았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체코 정부가 공사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해 유럽연합(EU)에서 차입한 금액은 약 9조원에 불과하다.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점도 커다란 암초다. 유럽 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원전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고, 엄격한 안전·노동 규제 등을 감안하면 공사가 지연되거나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일례로 세계 최대 원전 기업이었던 프랑스의 아레바(Areva)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공사가 수차례 지연되면서 파산했고, 영국의 힝클리 원전 1, 2호를 짓고 있는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2개 원전의 건설비용이 77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코 원전수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 일동은 “체코 현지 언론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덤핑 수준’이었다고 보도했고,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비용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원천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에 비용까지 지불하면 오히려 적자 수출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원전 10개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 무리하게 수출을 추진하는 건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면서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체코 원전 건설은 15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그만큼 계약 조건을 신중히 조율하고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국회 산자위 회의에서 “(체코 원전) 계약을 해 봐야 알겠지만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