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1.3%까지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둔화세를 지속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긴축 기조는 완화하되 재정정책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최근 물가 변동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KDI 분석 결과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에 길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1%p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상승률이 최대 0.2%p 상승하고, 약 2년간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재정정책은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정부 지출이 GDP 대비 1%p 하락하면 물가상승률은 최대 0.2%p 반응하고 영향은 1년여 간 파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이러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기침체에 대응하려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2022년 중반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기준금리를 3.5%까지 급속히 인상한 이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황선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으나, 실질기준금리 기준으로는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지출은 코로나19 위기 기간에 급격히 확대된 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황선주 KDI 모형총괄은 “지난해부터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며 정부지출 증가폭을 축소했지만,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적 통화정책은 2022년 이후 고물가를 억제했고, 확장적 재정정책에 기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지난해부터 축소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2022년 이후 누적된 고금리정책이 최근 물가를 0.8%p 하락시켰다고 KDI는 추정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만큼 긴축 재정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선주 모형총괄은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인 2% 아래로 지속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재정정책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정부 지출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황 모형총괄은 “지난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지출을 조절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지출이 이루어졌다”라고 평가하며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이외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물가를 바탕으로 평가했을 때 기준금리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