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경제분야에서 최근 유행하는 문구는 “가장 무서운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문구이다. 당초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흐릿해졌던 한국의 경제는 12월 초 벌어진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가운데에서 ‘시계제로’의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의 ‘확실성’으로 자리매김 할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계엄-탄핵 정국 이전부터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11월 중순부터 연이어 시작되는 각종 협단체의 송년 행사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의 신년사가 한 해 우리나라 산업계의 풍향계라고 한다면, 송년 행사에서 나오는 협단체 장들의 인사말은 지난 한 해 해당 단체가 몸담은 산업계에 대한 발자취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는 약속이나 한 듯 ‘어렵고 힘들었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단군 이래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렵지 않은 시절이 없었다’는 말이 돌 만큼 기업인들의 엄살 아닌 엄살은 기본값이라고 하지만,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기업인들의 이러한 반응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일부 제조업종의 경우 송년인사말에서 으레 포함됐던 ‘수출‧수입 순위’가 빠지기도 하면서 수출 기반으로 움직이는 국내 제조산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양상은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더욱 강도가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이 발표됐다가 해제된 날 아침 코스피는 곤두박질쳤고, 원-달러 환율은 40원 가까이 오르면서 1천443원 대를 기록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이 지금의 혼란을 곧 극복할 것’이라며 당장의 신용평가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이 ‘예의주시 대상’이 됐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아무리 ‘행복회로’를 돌려봐도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최근 만난 제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A업종이 부진해도 B업종이 괜찮아서 전반적으로 균형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배터리나 반도체까지 부진해 내년 경기가 최근 몇 해 사이 최악으로 힘들어 질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제2의 IMF'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며 장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최근 경제 6단체 대표들은 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만나 ‘민생현안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기업들이 현재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전달하고 불확실성 해소와 중소기업과 기업인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 추구를 요구했다.
2025년을 맞이하는 국내 기업들이 가야할 길은 아마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려움이 잔뜩 도사린 길이 될 것이다. 정계와 산업계 모두가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딛고 하루빨리 ‘불확실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생긴 ‘코리아 디스카운트’ 흐름을 끊어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는 첩첩산중을 한 밤에 넘어가야 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