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주기율표 1족에 속하는 리튬, 나트륨, 칼륨, 세슘 등은 ‘알칼리 금속’으로 불리며, 자연에서는 주로 양이온 형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바닷물 속의 소금이 있다. 이 알칼리 금속 이온들은 물 분자에 둘러싸여 매우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며, 쉽게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과서에서는 알칼리 이온을 ‘구경꾼 이온’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화학 반응에서는 전류의 이동을 돕는 정도의 역할로만 이해해 왔다.
한국연구재단은 최창혁 교수(포스텍), 김형준 교수(KAIST), 오형석 박사(KIST)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알칼리 금속 이온이 전기화학 반응에서 반응물과 결합해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알칼리 금속 이온이 구경꾼 이온 역할에서 벗어나 전기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고, 심지어 반응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먼저 연구팀은 연료전지와 배터리 등에 널리 사용되는 탄소전극에서 산소가 물로 변환되는 전기화학 반응을 관찰했다. 이때, 나트륨 이온의 전자 구조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또한, 산소 분자의 진동을 측정한 결과, 이 변화의 원인이 이산화나트륨(NaO2)이라는 새로운 화합물의 생성 때문임을 확인했다. 이는 알칼리 이온이 반응물과 직접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기존 교과서의 내용을 뒤집는 발견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전극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연료전지, 수전해, 탄소 자원화 등 새로운 에너지 경제의 핵심 기술을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창혁 교수는 “알칼리 금속 이온은 전기화학 반응에서 더 이상 조연이 아닌, 반응을 변화시키는 촉매와 같은 주연”이라며, “전기화학 반응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극과 전해질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찰력 있는 연구가 필요한데, 이후 실제 상용화된 전기화학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추가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