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 기본법의 길①] 시행 전부터 ‘개정론’ 대두…“한국, AI 규범 선도국 아냐”’기사에서 이어집니다
AI 기본법, 시행 전부터 개정 목소리 나오는 이유
“유럽연합의 AI 법(EU AI Act)가 없었어도, 대한민국이 AI(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했을까?”
국회입법조사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AI 시대, 한국형 기본법의 길을 묻다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EU AI 법에 대한 ‘과잉동조’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지목했다. EU가 만든 규제법이 세계 질서가 된 경험이 입법적인 조급함을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정 조사관은 “AI 기본법이 제정된 지 7~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그동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법 제정 당시 간과했던 쟁점이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기본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AI 위험성 규제가 국제적인 의제로 부상하고 있었으나, 올해 초 들어 AI 진흥이 전 세계의 공동 관심사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법을 제정할 때는 그 법안에 대한 영향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AI 기본법은 규제 영향 분석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조사가 부족했다”라고 짚기도 했다.
규제 조항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조사관은 “AI 기반 비즈니스 시작하려면 기존 법률상 거쳐야 할 규제가 이미 많은데, 여기에 AI 기본법의 규제까지 중복으로 부과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규제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대대적으로 전환하려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AI 시장을 만들고, AX(인공지능 전환)를 지원하는 조항도 찾기 힘들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준화 조사관은 ‘고영향 AI’ 조항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기본법에서 이 조항은 ‘고위험 AI’에서 출발했다. 이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용어의 부정적인 느낌을 고려해 지금과 같이 순화했다.
정 조사관은 “영향이라는 단어는 긍정적 영향·부정적 영향으로 방사되는 개념”이라며 “사람들이 ‘고영향’의 기준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불필요한 질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개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AI 규제, 사전 규제보다 투명성 중심으로 접근해야
리걸 AI 솔루션 기업인 BHSN의 임정근 대표는 “선도국들의 AI 인프라 투자나 인재 규모 차이를 비교해보면, 한국 AI 산업이 근본적인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좌절 섞인 성토를 듣곤 한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AI 기업이 충분히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전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어떻게 따라잡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오픈소스 모델이 공개되고 딥시크(DeepSeek)가 출시되면서 AI 모델 제작 노하우가 업계에 공유됐다”라며 “기술 변화 속도를 고려해 볼 때,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AI 기술 흐름이 매달 바뀌는 것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재검토가 가능한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위험성 관리 방안을 두고는 “민간에 마음대로 하라고 방치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기업 활동을 선제적으로 규정하는 ‘사전 규제’보다는 기술의 ‘투명한 공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임정근 대표는 “AI 기술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갈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과 부처 간 조정을 주도적으로 조율해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부와 민간이 상호 협업을 통해 변화의 속도에 맞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