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특구 지정과 관련 법령 시행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알피오(RP5)가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안전성과 운전 신뢰성을 확보한 유럽 FOX ESS 제품을 기반으로, 중소형 상업·산업용 시장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강화된 국내 인증체계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현지화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언도 병행하고 있다.
조직 재편과 시장 진입 배경…“분산에너지 시대 대비한 전략적 대응”
알피오는 지난해부터 ESS 시장이 점진적으로 재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제품 및 인증 준비에 돌입하며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현석 ESS팀 차장은 “화재 이슈로 인해 ESS 시장은 한동안 정체돼 있었지만, 분산에너지특구 지정과 관련 법령이 시행되며 새로운 수요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앞서 인증, 제품 라인업, 국내 환경에 맞춘 기술 검토 등 다각적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SS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인증 요건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이를 만족하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려는 전략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알피오는 FOX ESS와 협력해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 EMS가 통합된 올인원 ESS를 중심으로 국내 인증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FOX ESS, 유럽 시장서 검증된 시스템…국내 인증 기준 맞춰 현지화 추진
알피오가 들여올 FOX ESS는 유럽에서 상용화된 모델로, IEC 62619(배터리), IEC 62477-1(PCS), UL9540A(열폭주 대응) 등의 국제 인증을 획득한 시스템이다. 유럽의 경우 가정용 중심으로 ESS 보급이 빠르게 확산돼 있으며, FOX ESS는 이러한 환경에서 이미 신뢰를 확보한 상태다. 알피오는 이 제품을 국내 KC 인증 기준에 맞춰 부품 단위부터 설계와 구성을 조정해 현지화하고 있다.
이 차장은 “FOX ESS는 이미 유럽 현장에서 사용되며 안전성과 운전 신뢰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과 개별 소화장치 장착 등 화재 대응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러한 사양을 유지하면서 KC 인증 기준에 맞춰 제품 일부를 국산 부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증 장벽과 비용 부담…KC 제도의 구조적 문제 아쉬움 언급
현행 KC 인증 제도는 ESS 모델별로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미 UL이나 IEC 인증을 받은 경우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해 이중 인증 부담이 발생한다. 이 차장은 “기존 국제 인증을 참조해 KC 인증을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인정협정(MRA) 이라는 것이 있지만 한국이 협정을 맺은 나라가 거의 없어 국내 인증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제품 개발 주기와 시장 대응 속도에 큰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델이 조금만 변경되어도 기존 인증이 무효화되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구조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알피오는 이에 따라 현재 75kW 및 125kW급 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후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형 상업용·산업용 수요 대응…실외 설치 최적화 설계
국내 ESS 설치 규정상 일정 용량을 초과하면 실내 설치가 어렵고 별도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알피오가 준비 중인 FOX ESS 제품은 실외 설치에 적합한 방수형 캐비닛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 차장은 “산업용 현장에서 심야에 충전한 전기를 주간에 사용하는 방식, 또는 기본 요금 산정 시 피크 전력 사용을 낮춰주는 방식 등으로 ESS는 명확한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공장 등에서는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전략으로 ESS 도입 타당성이 높다. RP5의 O&M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부하 사용패턴 분석을 통한 최적화된 ESS 운전 설계로 비용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인센티브 복원이 핵심…“소비자 참여 없인 시장 없다”
ESS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 차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인센티브나 전용 요금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ESS 도입의 유인이 줄었다”며 “정부가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제도와 혜택을 제공해야만 중소형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분산에너지특구 지정과 같은 제도적 기반이 확대된다면 지역 단위로 ESS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시장 트렌드와 대응 전략…“태양광처럼 ESS도 일상화될 것”
알피오는 중장기적으로 가정용·상업용·산업용 전 구간을 포괄하는 ESS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 차장은 “태양광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에너지 설비가 된 것처럼, ESS도 향후에는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며 “생산 전력의 저장과 재활용이 핵심 이슈가 되는 지금, ESS는 분산에너지 인프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도 등 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지역에서 출력제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ESS가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형 운영 노하우 축적이 강점…“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건 운용 경험”
ESS는 단순히 설치 후 방치되는 장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운영 전략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이 차장은 “FOX ESS는 유럽에서 축적된 다양한 운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운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알피오 또한 국내에서 인버터 설치 및 O&M 경험이 축적돼 있어,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안정성과 운용 효율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S 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려면 제품 기술력과 인증 체계는 물론, 시장을 움직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알피오는 신뢰성 있는 해외 제품을 현지화해 들여오는 동시에, 국내 현장에 맞춘 설치와 운영 시스템까지 내재화하고 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에 맞춰 움직이기 위한 이들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ESS 분야 전문 브랜드로 알려진 FOX ESS는 사실 태양광 인버터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에 진입해 실적을 쌓고 있는 기업이다. 알피오 측은 “FOX ESS의 태양광 인버터 제품 역시 안정성과 성능을 기반으로 국내 다수 프로젝트에 공급되고 있으며, ESS 사업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