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더불어민주당은 11월 14일 한국과 미국이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미전략투자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관리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그러나 MOU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이를 보완할 산업 정책 및 해외 투자의 국내 환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강대학교 허정 교수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 해당 법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짚었다.
허 교수는 “MOU를 통해 관세를 25%에서 15%까지 낮춘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3천500억 달러(한화 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영향에 대해선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 차이부터 따졌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후 40년간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려왔고, 현재 많은 수의 일본 기업이 미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5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미국 내 일본 기업으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대미 투자 기간이 10여 년 정도로 길지 않다. 일본보다 환류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산업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미국 편향이 구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허정 교수는 “이 자본들이 미국의 첨단 산업 분야, 반도체·조선·핵심광물·에너지·인공지능·양자 등으로 투자된다는 점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투자를 바탕으로 첨단 산업의 혁신이 ‘미국’에서 발생하게 되면서, IP가 미국에 등록되고, 기술 수입료·료열티와 같은 성과물이 미국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외에 자본이 이동하고 혁신이 집중되면 핵심 설계 및 R&D 기술의 내재화가 어려워지며, 향후 10년간 국내 공장의 기술력과 그 수가 부족해지는 ‘산업 공동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는 지역 고용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국제조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환류되는 수익에 대해선 전면적으로 세율을 ‘0’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들이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혁파하고, 금산분리 완화와 같이 기업들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허정 교수는 “재정 안정성 리스크를 비롯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근본적인 산업 정책이 없다면, 20년 뒤에는 큰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주최하고 김건·박수영·박성민 의원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