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재활용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가 아니라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으로, 특히 규제 도입 시 국민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중심의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경민 입법조사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재활용의 기준을 다시 묻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현행 재활용 기준의 주요 쟁점과 국제 논의 흐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그는 “한국은 산업 주축 국가로, 환경과 산업을 함께 보호해야 한다”라며 기존의 처리량 중심 재활용 관리 체계를 고품질 순환자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우리가 ‘탈 플라스틱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일회용 플라스틱’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플라스틱으로부터의 탈출은 구현할 수도 없고, 구현돼서도 안 되는 것인데 정책이 명확하지 못하다”라며 “환경규제는 수술실의 메스처럼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야 하는데, 뭉뚱그려서 규제해 왔던 것이 우리의 정책이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지난해 제정돼 올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은 ‘폐기물관리법’의 목표인 ‘처리’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라며 “정부에서 국민에게 폐기물과 순환자원 구분해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수도권 3개 시도에서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을 두고는 “2015년 수도권 매립지 4자 협의체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논의돼야 했는데, 10년이 지날 동안 한국 사회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는 산업계를 압박하면서 폐기물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 산업계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고품질 순환자원으로 사용 중”이라며 “문제는 생활폐기물로, 정치의 영역과 연결돼 누구도 주민들한테 말을 안 꺼내 왔지만 이제는 대체매립지 확보 문제와 지자체 갈등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고도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우리나라 재활용률이 약 86% 이상이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립·소각되는 양이 상당해 ‘통계적 착시’를 유발한다는 해설이다.
과거 ‘종이빨대’를 예시로 행정 리스크에 따라 투자가 위축되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김 조사관은 “‘스타벅스가 하고 있으니까 친환경’이라는 식으로 정책을 시작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환경 산업 전체가 흔들렸다”라며 “이러한 행정 리스크는 국민의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품목별 명확한 품질 표준 및 규격이 부재해, 제조업계에서 순환자원을 ‘폐기물 유래 부산물’로 인식하고 사용을 기피하는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조사관은 유럽연합(EU)의 ‘폐기물 종료(EOW, End of Waste)’ 제도를 소개했다. 재활용 과정을 거친 물질이 품질·용도·시장 수요·환경 안전성 4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하면 폐기물이 아닌 완전한 제품 및 원료로 인정하는 제도로, 물질별 구체적 기준을 적용하고 법적 안전성을 확보해 순환자원 시장 규모 확대를 견인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EU는 지중해의 폐기물 중 가장 많은 종류는 무엇인지, 이중 정부가 얼마큼의 양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지 조사해서 국민에게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논리적인 수용으로 이어지게 한다”라며 “한국처럼 갑자기 문제가 심각해 규제하겠다고 하면 수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 박홍배·김주영·박정·강득구·김태선·이용우 의원실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