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부상하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 제조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복잡해지는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ESG’로의 빠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강명구 디지털ESG얼라이언스 사무총장은 6일 ‘2026 제조AX(M.AX) 대전망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 모델을 제시했다. 강 사무총장은 “2026년은 그간 예고되거나 시범 운영에 그쳤던 글로벌 ESG 규제들이 정식으로 도입되는 원년”이라며 “단순한 선언적 ESG를 넘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강 사무총장은 특히 글로벌 규제가 ‘제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 전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가 바로 제조”라며 “규제 당국은 이 부분에 대한 감축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을 녹색 전환(GX)의 도구로 활용하는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강 사무총장은 가장 큰 위기로 ‘데이터 관리의 한계’를 지목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Scope 3) 산정이나 전 과정 평가(LCA) 데이터를 엑셀 등 수기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글로벌 규제 양식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개념이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다. 이는 산업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주고받는 신뢰할 수 있는 공유망을 뜻한다. 강 사무총장은 EU의 핵심 이행 수단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언급하며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DPP에 대응하려면,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협력사들과도 ‘데이터 스페이스’를 통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를 통한 생태계 구축 방안도 제시됐다. 강 사무총장은 “개별 기업 혼자서는 복잡한 공급망 데이터를 관리하기 어렵다”면서 “IT 솔루션 기업, 제조 기업, 컨설팅 기관이 연합해 탄소 배출량 측정부터 규제 대응 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규제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금, 제조 기업들이 디지털 ESG를 비용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