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규제정책, '외자유치에 부정적 영향'
#1. 측량 관련 장비를 수입·판매하는 외투기업 A사는 외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인증 절차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하나만 받으면 되지만 국내 유통을 위해서는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해 추가적인 시간·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제품을 신속히 받아보고자 하는 고객사들에게도 불만의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A사는 “본사에서도 이런 상황을 난감해 하며 투자·유통을 위한 기업환경에 부정적 인식을 내보이기도 한다”면서 “자칫 이런 인식이 외국인투자 유치나 확대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 생활용품을 수입·유통하는 B사는 최근 일부 품목의 국내 유통을 위해 정부허가를 받던 중 어려움을 겪었다. 허가기관의 요청에 의해 대표자 범죄여부를 조회해야 했는데, 외국인이라 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어떤 자료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명확치 않고, 근거서류 하나를 위해 해당 국가 경찰서를 방문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외국인투자기업의 기업활동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 분야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 절반은 유통 관련 규제정책이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유통분야 외투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투자 유통기업이 본 국내 기업환경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유통 관련 규제정책이 외국인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51.8%로 ‘긍정적’(19.7%)이란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별 영향 없음’ 28.5%> 외투 유통기업은 규제정책이 한국 유통업체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부정적’(44.9%)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별 영향 없음’ 40.2%, ‘긍정적’ 14.9%>
국내 유통산업 규제정책에 대한 전반적 시각은 ‘부정적’이라는 의견(64.9%)이 많았으며, <‘긍정적’ 35.1%> 외국인투자기업의 투자 본국과 비교해서도 규제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33.2%로 나타났다. <‘비슷한 편’ 53.4%> 본국에 비해 낮다는 응답은 13.4%에 그쳤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분야로는 ‘금융세제’(36.5%) 분야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환경’(26.1%), ‘노동’(13.5%), ‘입지’(11.3%) 순으로 답했다. <‘안전’ 3.0%, ‘건설’ 0.9%, ‘기타’ 8.7%>
국내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는 질문에 56.4%의 기업이 ‘개입 대신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고, ‘약간 개입 필요’는 38.4%, ‘적극 개입 필요’는 5.2%로 나타났다.
국내 유통기업의 유통·제조업체 동반성장 노력에 대해서는 ‘약간 노력하고 있다’(67.2%)는 평가가 많았고, <‘매우 노력’ 1.6%, ‘노력하지 않음’ 31.2%> 대·중소유통업체 동반성장 노력 역시 ‘약간 노력’(53.8%)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매우 노력’ 2.5%, ‘노력하지 않음’ 43.7%>
동반성장 관련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본국 기업들의 노력 수준은 ‘약간 노력’ 73.3%, ‘매우 노력’ 22.6%, ‘노력하지 않음’ 4.1%로 평가했다.
국내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는 35.2%의 기업이 ‘공생발전 노력’을 꼽았고, ‘유통구조 개편’(30.0%), ‘중소유통시장 활성화’(28.8%), ‘해외시장 개척’(3.6%), ‘정부 개입 강화’(1.6%)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기타’ 0.8%>
대한상의 김무영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작년 한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감소한 반면 유통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50% 이상 증가함으로써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면서 “지속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유통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관련업계의 상생노력을 유도하는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