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이 2009 시즌 시작 3개월 만에 2번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 시즌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가속이 붙어 잘 달리던 필 미켈슨이라는 기차가 갑자기 ‘끽’하고 멈춰 섰다. 그 이유는?
지난 3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WGCCA챔피언십에서 미켈슨은 4라운드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닉 와트니를 1타차로 제치며 우승컵을 손에 들었다. 올 시즌 들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의 우승을 포함해 2승, 개인통산 36승째를 기록한 그는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당분간 필드 위에서 보기는 힘들 것이다.
패밀리맨의 시련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던 필 미켈슨은 지난달 21일 돌연 무기한 출전정지를 선언했다. 22일부터 열리는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도 출전키로 했었지만 기권했다. 그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내 에이미 미켈슨(37)이 유방암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이미는 좀 더 심층적인 진단과 함께 2주 이내 수술과 동시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소문난 애처가인 그는 당분간 에이미의 간병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92년에 만난 미켈슨과 에이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 함께 다닌 캠퍼스커플로 4년의 열애 끝에 결혼하여 3명의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있다. 남다른 가족사랑으로 유명한 그에게 언론은 ‘패밀리맨’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진정한 패밀리맨임을 증명하는 한 단어가 바로 ‘기권’란 것. 항상 가족을 제 1순위로 생각하는 미켈슨은 2003년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던 중 갑자기 진통을 시작한 아내에게 달려가기 위해 기권했다. 가족과 관련된 일로 기권한 14번째 대회였다.
가족과 헤어져 있기 싫어 해외대회에 잘 출전하지 않는 그는 “승리는 달콤하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은 더 달콤하다.” 라는 명언(?)도 남겼다. 이런 미켈슨에게 사랑하는 아내의 병은 엄청난 시련이다.
Everyone loves Mickelson
당분간 미켈슨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의 팬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웃음을 그리워한다. 필드에서 그는 좀처럼 찡그리는 법이 없다. 상황에 상관없이 항상 미소를 지으며 갤러리가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그를 ‘필드 위의 신사’라 부르며 좋아한다.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미켈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쇼트 게임에서는 세계최강으로 통한다. 세계최강자 뒤에는 골프에 대해 강한 열정을 지닌 미켈슨의 아버지, 짐 미켈슨이 있었다.
그는 정원에 골프장 수준의 완벽한 쇼트 게임 연습장을 만들어 놓고 막 18개월이 된 미켈슨에게 골프 클럽을 쥐어 주며 연습을 시켰다. 오른손잡이인 그가 왼손으로 골프를 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스윙을 마주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개인 연습장에서 아버지의 지도아래 할 수 있는 모든 샷을 수없이 반복해 마스터한, 준비된 선수임에 분명했다. ‘숏게임의 천재’라는 별명은 다른 또래들이 뛰어놀 때 수만 번 클럽을 휘두르며 연습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또 그는 경기 중 선두에 있을 때에도 타협하는 법 없이 더욱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2004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도 그렇게 코스와 정면 대결을 펼친 그는 당당히 그린재킷을 입었다. 프로 데뷔 이후 메이저 대회에 43번 도전한 끝에 따낸 감격적인 첫 승이었다. 이런 그의 노력과 플레이스타일은 관전하는 사람에게 재미와 함께 더 큰 감동을 선물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과 골수팬 모두가 우즈를 능가하는, 미국 최고의 인기선수로 필 미켈슨을 꼽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비를 이용해 눈의 정렬 상태를 적절하게 가져갈 수 있는 훈련도 병행했다. 미켈슨은 후에 이 훈련이 퍼팅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훈련 효과가 올 시즌 처음 3개 대회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갈수록 안정감을 찾으면서 그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미켈슨이 지난 3월 WGC C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할 당시 4라운드 평균 퍼트 수는 24.8개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퍼팅을 구사했다.
2009 C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결과 필 미켈슨은 타이거 우즈와 같이 출전한 대회에서 12승째를 거둬 비제이 싱과 함께 우즈를 상대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선수가 되었다. 두 선수는 현재 포인트 1.07의 근소한 차로 세계랭킹 1, 2위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켈슨이 우즈를 압박할 선수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거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no.2’ 미켈슨의 추격은 잠시 미뤄졌다.
그의 팬들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아내 에밀리가 하루빨리 완쾌하여 미켈슨이 환한 미소와 함께 필드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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