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의 종목에는 선수와 그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가 있듯이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도자가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선수를 이끌고 지도하는 사람은 캐디다. 프로골퍼들에게 캐디는 우승으로 이끄는 조력자이기도 하며, 멘탈 트레이너가 되어주기도 한다. 프로골퍼보다 더 바쁜 캐디를 속속 파헤쳐보자.
국내에서 프로캐디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선수의 플레이를 도와주는 사람 정도의 인식이 만연하다. 그러나 캐디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캐디는 선수가 라운딩을 하는 동안 갤러리들을 통제하기도 하고 날씨가 덥거나 추운 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점검하여 선수가 플레이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선수가 다음 샷을 준비할 때 정확한 거리, 방향, 바람, 퍼팅라인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여 선수가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는 18홀을 플레이 하는 동안 홀마다 혹은 스코어나 같은 조 선수들의 플레이에 따라 심리적으로 많이 동요가 되고 흔들리게 되는데 이런 미세한 선수의 감정을 빠르게 감지하고 안정을 찾게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캐디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18홀의 긴 시간 동안 프로 캐디는 저 자신 외에 합법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죠. 라운드 하는 동안 저의 상담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영양사, 비서, 코치의 역할을 담당하죠.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어요”라고 미국의 한 프로골퍼는 말한다. 이렇듯 캐디들은 선수를 위해선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캐디의 역할은 같지만 선수의 캐디를 하는 것은 사뭇 다양하다. 주로 국내의 경우에는 가족이 캐디로 나서기도 하며,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하우스 캐디가 맡기도 한다. 숨은 진주처럼 선수들의 뒤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완수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린에 패밀리가 떴다
한국 여자골프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단어는 바로 ‘가족’이다. 그리고 그 중 당연 ‘아버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LPGA 투어 진출 1세대들인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의 성공 뒤에는 ‘골프 대디’들이 있었고, 이들은 후원자로 그치지 않고 딸의 캐디백을 직접 메며 이른바 ‘캐디 대디’를 형성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대회에서 활약 중인 아버지 캐디는 신지애, 안선주, 지은희, 홍란, 김하늘, 김보경 등이 아버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보통 한 시합당 아버지 캐디를 하는 사람이 50여명이나 된다.
그리고 최근엔 최적의 조합을 찾아 나서기 위해 아버지가 아닌 다양한 캐디가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어머니 캐디다. 송민지와 김진주가 어머니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최나연과 이지영 그리고 남자프로골프의 배상문이 어머니를 캐디로 동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부터 부인까지 캐디로 나서는 이색풍경 역시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열린 로드랜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준은 친동생을 캐디로 기용하여 형제의 합작품, 값진 우승을 일궈냈으며, 우승 이후 동생은 아예 형의 전문 캐디로 나섰다. 뿐만 아니라 KPGA 선수 중에는 이건희와 이영기의 부인들이 캐디로 나서며 내조는 물론 외조까지 하여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가족캐디가 늘어난 이유 중의 하나는 전문 캐디를 구할 수 없는 경제적인 이유가 이를 반증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KLPGA투어의 대회 수는 8~12개 정도였지만 2010년 현재에는 26개 정도다. 보통 3라운드를 기준으로 하우스 캐디를 쓸 경우 하루 15만원 씩 약 45~50만 원 정도를 줘야하며, 여기에 성적이 좋으면 별도의 보너스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 년에 투어 경비는 캐디피를 포함해 평균 5000만 원 정도 소요되기에 캐디피도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된다.
또한 많은 선수들이 가족을 캐디로 내세우는 경우는 무엇보다도 선수의 심리나 특성을 가족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가방을 메는 것이다. 골프는 민감하고 복잡한 운동이기에 플레이가 안 풀리면 선수를 달래야 하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느슨해지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줘야한다. 또한 공식 연습라운드때 거리 측정을 비롯하여 벙커나 스프링클러, 거리말뚝 등 주요 지형지물부터 그린 에지까지의 거리를 꼼꼼히 측정해 야드지북을 제작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15kg이 넘는 프로들의 캐디백을 메고 18홀을 돌아야 하기에 술과 담배를 끊는 아버지들도 많다. 가족캐디들은 선수가 겨울 전지훈련을 하듯 평소 등산 등으로 체력을 다지며, 체력과 골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겸비하기 위해 선수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우스 캐디와의 호흡도 중요!‘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후 가장 먼저 달려가 안긴 사람은 그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 또한 필 미켈슨의 영원한 단짝 짐 매캐이는 그들의 캐디로 활동하면서 선수 못잖은 수입과 인기를 누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렇듯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는 특정 프로 선수와 계약을 하며, 전문 캐디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지만 국내프로골프에서는 전속 계약한 캐디를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함께 움직여야하는 선수와 캐디의 특성상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전문 캐디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 선수들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자신의 백을 맡기지만 전문캐디가 아니기에 매번 맡기기도 그렇다. 그렇기에 많은 선수들은 대회조직위원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하우스 캐디를 고용하기도 한다. 하우스 캐디는 누구보다도 대회가 치러질 코스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호흡만 잘 맞는다면 선수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지난 2005년에 치러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한 이지영은 이날 하우스캐디가 백을 멨다. 이날 이지영의 캐디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나인브릿지의 그린과 코스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며, 대회마지막 날 18번 홀 티샷을 앞두고 있는 이지영을 끌어안다시피 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에 이지영은 제4대 나인브릿지 여왕에 등극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안선주 역시 태영C.C.를 비롯해 골프장에서 4년간 캐디로 활동한 지은희를 정식 캐디 계약으로 체결해 우승에 성공하는 등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치러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김대현도 하우스 캐디를 고용하여 우승 합작을 이뤘다. 이처럼 자신의 골프장 코스 상태에 대해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는 캐디와 호흡만 잘 맡는다면 대회의 우승은 따놓은 당산이 아닐까 싶다.
* 전문 프로 캐디, 이제는 필요하다
사실 가족과 캐디를 하면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가족이기에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알 수 있기에 여러 가지로 장점이 있지만 그 반면에 선수에게는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해 전문 프로캐디가 더욱 필요로 하다. 국내에서 해외로 무대를 옮긴 한 선수는 아버지가 캐디백을 놓고 전문 캐디를 고용한 이후 더욱 많이 우승을 하게 되었고, 본인 역시 마음이 더욱 편한 상태에서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족은 심리적 존재가 됨으로써 선수는 자신의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전문프로 캐디가 필요한 셈이다. 또한 하우스 캐디 역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뿐더러 수입역시 보잘 것 없기에 선수들의 가방을 메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PGA나 LPGA에서는 전문 프로 캐디 협회가 있어, 캐디들이 선수 못지않은 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의 권익보호를 위해 각종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며, 전문가의 자질을 키워나가기도 하다.
톱 선수의 캐디들은 선수가 벌어들이는 한 해 총상금의 15~20% 범위에서 연봉을 받기도 하며 무명 캐디들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하다. 이젠 국내의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많은 국위선양을 하며,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골프 강국이 되었다. 이에 발맞춰 국내 프로골프협회들은 공식 캐디 제도 및 전문 프로 캐디 협회 등을 도입하여 보다 많은 선수들이 편안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추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HOTO FURNISH·KLPGA. KPGA
골프데일리(http://www.golf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공 산업일보 제휴사 골프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