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9월 30일, 한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1904년 러일전쟁 이후 86년간 단절된 양국의 관계를 정리하고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이후 25년간 외교관계 수립 및 초기협력시기(1990~1995), 양국 이해관계 상충 시기(1996~1998), 소강상태 극복 시기(1999~2007), 입체적 협력관계 구축 시기(2008~현재)를 지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수교 이후 한러 경제교류는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해왔다. 양국의 무역액은 연평균 24.9%씩 증가하며 134배가 확대됐다. 러시아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12위 수출대상국이자 11위의 수입대상국이다. 수교 초기 의류 및 직물 등 노동집약적 제품에서 자동차 및 부품, 합성수지 등 수출품목의 고도화를 일궈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김극수, http://iit.kita.net)은 <한·러 수교 25주년,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를 통해 수교 25년 동안 양국은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 시장점유율 확대를 권고했다.
한·러 양국은 1990년 9월 30일 수교를 맺은 후 수출은 86배, 수입은 209배 증가했으며 수출입을 합한 무역액은 134배 증가했다. 2014년 러시아는 한국의 12위 수출상대국이며 11위의 수입상대국이 됐다. 수교 초기에는 의류 및 섬유 등 노동집약적 품목의 수출에서 2000년 들어서는 유무선통신기기 등 ICT 제품, 2014년에는 자동차 및 부품 등으로 수출품목의 고도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국의 러시아 투자는 전체 해외 투자의 0.4%에 불과한 22.4억 달러이며,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이보다 더 적은 1.9억 달러에 불과하다. 對러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높은 수출 구조(41.6%)이지만 투자를 통한 수출 증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며 수출 증가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양국 관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첫째, 투자를 통한 수출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침체를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 회복시 현지 시장 점유를 확고히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권역별/소득별 차별화된 진출전략이 필요하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유럽러시아 지역은 러시아 전체 인구의 82%가 밀집돼 있으며 월평균 임금의 거의 100%를 소진하는 등 소득 대비 지출의 비중이 높아 소비시장으로서 적극 공략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인구는 적으나 자원이 풍부하고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극동러시아는 푸틴정부의 신동방정책 추진과 맞물려 인프라 건설 및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분야의 새로운 협력과 인적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 늘어나는 러시아 의료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특화된 종합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러시아내 한국형 진단센터 건립을 통해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의 동반진출과 의료진 연수 등 인적 교류의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 또한 숫자적으로만 증가한 현재의 유학생 교류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친한파를 육성하기 위한 유학-생활-취업이 연계된 통합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조속한 시일내 러시아와의 FTA 체결을 통해 통상환경 개선과 무역량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러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제무역연구원 홍정화 수석연구원은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러 양국은 서로에 대해 기존의 시각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투자를 통해 관련 산업이 수출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하며, FTA 체결을 통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이고도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