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대화형 로봇 등장, ‘도구에서 동반자로’

[산업일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중심으로 한 ‘대화형’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로봇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대화형 로봇 시장규모는 2015년 약 182억 엔, 2020년에는 2406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만 엔에서 30만 엔 정도의 보급형 로봇이 전체 대화형 로봇 시장의 70%를 차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화형 로봇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680억 원 수준으로 아직 초기단계지만, 향후 빅데이터, IoT 등 ICT 기술 발전에 힘입어 2020년에는 4천억 원 규모로 성장이 기대된다.

2014년에는 소프트뱅크가 출시한 대화형 로봇 ‘페퍼’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 페퍼는 온라인상에서 매월 1천대의 주문 접수를 받는데 7개월 연속 접수 1분 만에 당월 판매량이 매진됐다.

누적판매대수 총 7천대를 기록한 페퍼는 은행, 자동차 쇼룸, 공공기관 안내데스크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홍보 도우미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Cocoro SB가 발표한 ‘시급 1천500엔 페퍼 인재파견 서비스’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만큼 로봇이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김재필 연구원은 “과거에도 많은 로봇들이 개발됐지만, 페퍼가 유난히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스스로 생각해서 마치 인간처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퍼의 핵심기술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응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응답용 데이터는 페퍼 본체에 보관하지만, 대부분의 기억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대화형 로봇의 개발은 일본을 넘어서 미국, 유럽에서도 활발하다. 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블루프로그 로보틱스(Blue Frog Robotics)’가 개발한 로봇 버디는 홈 서비스, 보안, 비디오 촬영 및 전송, 스마트폰 연동 등을 탑재한 가정용 소셜 로봇으로 가족의 얼굴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 감퇴한 노인에게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김 연구원은 이처럼 대화형 로봇을 가능하게 한 핵심기술은 인공지능이라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이란 인간의 인지능력, 학습능력, 이해능력, 추론능력 등을 실현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가 소형화, 고속화, 대용화됨에 따라 인공지능의 하드웨어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패턴 인식, 기계 학습, 전문가 시스템, 인공 신경망,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된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LTE와 5G 이동통신 등 무선 통신기술의 발달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고속성장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특히 페퍼와 같이 로봇이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 덕분”이라며, “인공지능의 가치가 알고리즘보다는 빅데이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물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소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을 학습시켜 인공지능 시스템이 진화한다면 대화형 로봇이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