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한 해는 VR 기기와 관련 앱, 영상 등으로 인해 VR 산업이 크게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VR 대중화의 원년'이라 불리우던 2016년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다는 분석이다.
머리에 착용해 가상현실(VR)을 보여주는 '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 출시와 함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게임 '포켓몬GO'가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VR 기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지 못하는 기술적인 한계와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VR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실정 속에서 도쿄무역관과 일본 경제신문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0개사 이상의 VR·AR기업이 있으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 기업들이 2017년 VR 관련 전략 발표를 하는 등 주춤했던 VR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일본 VR 시장규모는 430억 엔으로 다른 첨단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크게 시장이 형성돼 있지는 않다. VR기기와 VR게임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 방송, 극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게임업계는 고사양 그래픽을 요구하는 VR보다 'PS VITA', '닌텐도 Switch' 모바일게임 등 휴대용 게임에 집중한 결과 VR산업 진출이 늦어졌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2020년 개시 예정인 5G(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와 도쿄올림픽에 맞춘 VR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2021년까지 VR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 VR에 접목하는 일본
일본 대표 IT게임 기업인 '반다이 남코(BANDAI NAMCO)'는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마리오 카트' 등 인기 있는 콘텐츠를 직접 VR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시설을 7월 개장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에 약 1천100평 규모의 VR 테마파크인 'VR존 신주쿠'가 오픈한데 이어 2018년 3월 까지 일본 전국에 20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실제 외국인을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고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몰입식 영어 학습 VR이 출시되기도 했다.
일본 유명 영어학습사 '이온(AEON)'에서 영어학습용 VR 콘텐츠 '영어로 대접 가이드(英語でおもてなしガイド)'를 출시,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며 스마트폰용 HMD를 사용하면 VR로 학습이 가능하다. 단어와 예문을 사전 학습하고 대화상대가 나타나면 배운 것을 토대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학습형태다. 답변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작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고를 간접 체험해서 위기감과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VR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도 등장 했다.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은 현장직원 1천200명에게 사고 모의체험 VR을 교육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직원의 부주의로 인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열차에 치이는 체험을 제공한다.
'후지쯔(Fujitsu)'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교육 시스템으로 작업 중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체험을 VR로 개발했고, 이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안전의식 함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VR 영상 콘텐츠 및 기기 제작에 들어선 기업이 약 350개(2016년 12월 기준)로 집계됐다.
부동산 회사 '다이쿄(DAIKYO)'는 VR을 이용해 매물을 현장에서 직접 구경하는 것 같은 콘텐츠를 제작, 고객 대상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첫 시도는 2019년 2월 완공 예정인 히로시마의 아파트맨션이다.
소셜 네트워킹회사 '그리(GREE)'는 '도요타 하이시스템(豊田ハイシステム)'과 함께 기업 소개 영상을 VR로 제작, 주요 대학 인근 카페에서 마치 회사를 견학하는 것같은 VR 설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의 VR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초기 시장만 형성돼 있지만 향후 게임, 영화, 테마파크, 군사,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현재 VR 시장은 윈도우 95 출시 이전 PC시장이 안정되지 않아 다양한 업체가 각자의 기준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힘쓰던 단계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마파크 형식의 놀이기구는 신기하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일본의 강점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접목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이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VR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기기 뿐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일본 기업들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사료된다"며 "VR 관련 기술 및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벤처·스타트업도 상담회 참여 등을 통해 VR 시장에 뛰어든 일본 기업과의 협업 기회 등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