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립PC의 메카’로 불리며 전성기를 지내왔던 용산전자상가가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7년 개장해 1990년대 IT 분야의 태동을 맞이한 용산전자상가는 ‘잘 나가던 시절에는’ 매출액이 10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전문 유통 중심지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들어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과 PC 판매량의 급감으로 현재까지 쇠퇴기를 걷고 있다.
용산전자랜드에서 조립PC를 판매하고 있는 한 종사자는 “현재 용산전자상가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큰 욕심 없이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벌자’라는 생각으로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실제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용산전자상가의 공실률은 22.7%에 달하며, 매출액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시절에 비해 절반 수준인 5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는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 김영우 컴퓨터협의회 회장을 만나 용산전자상가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조립PC의 메카
IT 산업이 봇물 터지듯 흥했던 1990년대에는 컴퓨터와 관련된 상가 밀집 지역이 용산밖에 없어 전국 각지에서 컴퓨터를 사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로 몰려들었다.
김영우 회장은 “그 당시에는 인텔 서버의 경우 아시아 시장 매출액에 5%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IT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었으며, 그 매출액의 상당수가 용산전자상가에서 발생됐다”며 “그때는 컴퓨터를 찾는 고객이 너무 많아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깊은 침체기에 접어든 용산전자상가
용산전자상가가 쇠퇴기에 접어든 시점은 온라인 유통 시장이 활성화 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다. 고객들이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그때부터 매출액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영우 회장은 “물건을 제 값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손님에게 물건을 강매하는 일부 상인에게 붙여진 ‘용팔이’라는 단어도 고객들의 발길을 줄어들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부터인가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용팔이에게 덤탱이 맞고 오는 일이 일쑤다’라는 말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용산전자상가의 안 좋은 이미지가 심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용산전자상가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침체기를 겪으면서 과거에는 목이 좋아 권리금이 15억 원 가까이 치솟아도 없어서 못 들어가던 매장이 현재는 오랫동안 공실로 비어 있을 정도로 이곳의 경기가 좋지 못하다.
서울시와 협력해 부흥 꿈꾸는 상인들
용산전자상가의 오프라인 시장이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전자제품 관련 온라인 시장은 한 해 6천만 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처럼 용산전자상가가 지닌 브랜드파워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일대를 ‘청년창업 플랫폼’인 ‘Y밸리’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을 얼마 전 내놨다.
사업은 현재 남아 있는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전자랜드 4개 상가를 중심으로 창업 및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 청년들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 등 도시재생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2022년 용산전자상가의 재도약을 목표로 상인회 대표들이 서울시 관계자·전문가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영우 회장은 “소비자들이 과거 용팔이 시절의 이미지를 버리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에 많이 방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