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스타트업 불모지라고 불렸던 일본이 최근 스타트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정부 지원 확대·기업 투자 촉진,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스타트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일본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과 함께 역량있는 대학교·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실리콘밸리에서 발표한 ‘실리콘밸리와의 가교 프로젝트’ 및 ‘일본재흥전략 2016’ 사업의 일환인 ‘비약 next enterprise'과 J-Startup,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통해 IoT,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J-Startup’은 2018년 6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2023년까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사를 뜻하는 ‘유니콘’을 20개까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추천으로 선정된 ‘J-Startup’은 대기업,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등의 ‘J-Startup Supporters’ 및 정부 관계 부처에서 종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는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학교, 대기업 등이 스타트업과 상호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쿄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펀드인 UTokyo IPC(The University of Tokyo Innovation Platform)는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등 4개 국립대의 출자로 설립돼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스타트업 투자 모델이 스타트업의 기술 흡수가 아니라, 신시장 창출 및 관련 생태계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벤처캐피탈을 뜻하는 ‘CVC’의 경우에는 일본의 대기업들은 직접 펀드와 CVC를 설립하거나, 유한 책임투자자로써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해 자체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창업 초기 기업이 빨리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의 경우, 일본의 통신 기업인 KDDI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가장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기업을 일컫는 ‘핀테크’ 분야는 일본 스타트업이 금융기관과의 폭넓은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미즈호 은행의 경우 스타트업의 데이터 사용을 허가하는 ‘Open Bank API’를 제공하고 있다. ‘Open Bank API’는 은행 외 제3자에게 은행 시스템과 연계한 자사 고객 정보 및 금융 정보를 공개하는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다.
일본의 이 같은 정책들을 살펴봤을 때 한국도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대학교‧대기업 등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 확대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 처음 시작된 ‘대학창업펀드’에 올해 6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참여해 대학 및 정부가 230억 원의 펀드를 조성했다”며, “조성한 펀드 금액은 대학 내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할 예정으로 향후 본 사업을 확대하고, 대학 간의 협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접점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그는 “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CVC 설립을 허용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기존 규제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을 통해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