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직장인들은 현재하고 있는 ‘일’ 또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직장인의 절반도 안되는 44.6%만이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꼈고, 스스로의 일과 직업에 큰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업소명의식’ 및 ‘직장생활’과 관련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본 결과, 현재의 일과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직장인들이 예전보다 소폭 감소(2016년 1월 48.3%18년 7월 44.6%)했다. 젊은 직장인들일수록 자부심(20대 38.8%, 30대 44.8%, 40대 44%, 50대 50.8%)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일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지 않은 중요한 이유는 현재 직업을 선택한 계기에서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현재의 직업을 취업준비의 과정에서 우연하게 선택했거나(32.2%, 중복응답),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다 보니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됐다(32%)고 답했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다가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28.3%)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현재의 일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경우가 많았고, 그런 만큼일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직업과 일에 대한 자부심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옅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의 32.2%만이 평생 지금의 일을 하겠다고 했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일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는직장인(17.3%)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웠다.
젊은 세대일수록 평생 지금의 일을 할 것이고(20대 24.8%, 30대 30.4%, 40대 32.4%, 50대 41.2%),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일을 할 것이라는(20대 14%, 30대 14.4%, 40대 18%, 50대 22.8%) 생각이 적은 모습이었다. 반면 더 큰 보상과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지금의 일과 직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전체 10명 중 6명(60.8%)이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면, 지금하고 있는 일을 하지 않을 생각이 있다는데 공감했으며, 돈을 더 준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원칙과 전문성을 약간은 포기 및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장인도 절반 이상(55.4%)에 달했다.
또 다른 답변으로는, 외부에서 더 큰 물질적 보상을 주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는 직장인은 23.1%에 그쳤다. 평생 현재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적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직장인은 상당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56.4%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20대 52.4%, 30대 52%, 40대 56%, 50대 65.2%)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자긍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적고, 현재의 일을 오랫동안 할 의지도 크지 않은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직장생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직장관 및 직장생활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실제 많은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한 장소보다는그저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직장생활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10명 중 4명(38%)에 그친 반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 곳이라고 말하는 직장인이 전체 77.6%에 달했다. 20~30대 젊은 세대가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닌다는 인식(20대 84.4%, 30대 84%, 40대 74.8%, 50대 67.2%)이 보다 확고했다.
다만 일을 열심히, 성실하게 하다 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생각(39.6%)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직장인(64.8%)이 많다는 점에서 직장생활을 통한 부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이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실제 직장인의 77.9%가 한 번 이상 이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오래한 중장년층의 이직 경험(20대 60.8%, 30대 78.4%, 40대 88.4%, 50대 84%)이 많은 편이었다. 이직경험자들이 말하는 이직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급여 수준’이었다. 낮은 급여 때문에 이직했다는 응답자(36.7%, 중복응답)가 가장 많은 것으로, 특히 20대 직장인(20대 46.7%, 30대 35.7%, 40대 37.1%, 50대 30%)에게 제일 중요한 조건이었다. 또한 회사의 복지나 처우가 좋지 않거나(29.1%),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을 때(23.5%)도 이직을 많이 결심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밖에 다니던 회사가 안정적이지 않거나(23.1%),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 좋지 않을 때(20.2%), 그리고 집에서 너무 멀거나(18.6%), 직업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18.4%) 이직을 결심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편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에서의 인간관계를 구분하는 경향도 강했는데, 그 이면에는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에서의 인간관계는 다르다는 인식이 크게 증가한(16년 1월 65.5%18년 7월 76.7%)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대~30대 젊은 층이 직장생활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일상생활의 것과는 다르다는 인식(20대 83.2%, 30대 82%, 40대 78.4%, 50대 63.2%)이 훨씬 강했다.
60.3%가 자신은 일과 개인생활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일에서 만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기가 힘들다는 소회도 10명 중 4명(41.3%)이나 됐다. 반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많이 있다(28%)고 말하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직장생활의 고충 등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가 부족한 것으로, 전반적으로 최근 직장문화에 ‘개인화’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선’을 긋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회사에서는 솔직한 감정표현이 어렵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평소 직장동료에게 진실된 감정을 숨기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을 보여주고 있고(47.7%),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표현을 실제로 느끼면서 표현하려고 애쓰고(51.3%) 있다.
이윤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조직생활인 만큼 회사에서 원하는 직장문화를 따라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진짜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또한 진짜 나의 느낌을 직장동료에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억제하고(56.8%), 진실된 나의 느낌을 직장동료에게 표현하지 않고 숨긴다(53%)는 직장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감정을 표현할 때도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였다. 10명 중 6명이 직장동료에게 대하는 친절한 마음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진심으로 애쓰고(59.2%), 직장동료에게 표현해야 하는 친절한 감정을 실제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58.8%)고 응답했다. 이처럼 솔직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직장생활인만큼 직장생활에서의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에서의 인간관계를 구분 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