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친환경 자동차로 대표되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대한전기학회 전기자동차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영일 교수를 만나 국내 전기차 산업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자동차 10대에 충전기 1대 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110만 대에서 2025년 1천100만 대, 2030년에는 3천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40년에는 전기차가 승용차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일 교수는 “전기차는 매연을 배출하지 않아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정책에 적합하다”며 “연료비도 환경부 기준 kWh 당 137원으로 휘발유에 비해 5배 이상 저렴하고, 저녁 시간대 완속충전을 하면 절반 이상으로 더 저렴해진다”고 말했다.
이영일 교수는 “엔진, 변속기 등 부품이 적어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것도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라며 “저속에서 가속력이 뛰어나고 험로 주행에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많은 전기차 오너들이 충전소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2011년 이후로 전기차 보급은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충전기 보급 속도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1월 말 전국의 전기차 공용 충전소는 3천404개, 완·급속 충전기는 각각 2천369기, 2천495기로 모두 5천773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3만2천 대가 보급돼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5만7천 대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전기차 10대에 충전기 1대 꼴”이라며 “업계에서는 사업성을 따질 때 충전기 1기에 전기차 100대 이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숫자로 따지면 우리는 이미 20만 대 이상의 충전 인프라를 보유한 셈”이라 말하며 국내 충전기 수가 결코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갖춰진 충전인프라의 경우 정부와 한국전력(이하 한전) 등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손해를 보면서 설치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충전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동주택 충전인프라 구축 위해 정부 부처 간 협력 필요
최근 서울시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올해 294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설치 예정인 충전기 중 절반이 넘는 150기가 급속충전기가 아닌 완속충전기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급속충전의 경우 30분 내외, 완속충전은 최대 8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관련해 이영일 교수는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긴 시간 주차하는 동안에는 완속으로 충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다만, 장거리 이동을 하는 전기차 이용객을 위해 고속도로에는 급속충전기를 다수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공동주택의 충전인프라 구축이 꼭 필요하다”며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각 정부 부처에서는 상호협력을 통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적인 저탄소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사용대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산업이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제도적 정비를 위한 로드맵을 갖추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