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틈을 비집고 확장세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현재 총 1천261명의 국내 확진자를 낳았다(26일 기준). 제조업을 포함한 국내 전 산업계는 백기를 들고야 말았다. 중국과 높은 지리적, 경제적 연관성을 지닌 만큼 한국 경제에 찾아온 충격은 막대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기준 중국의 중간재 수출 중 751억8천750만 달러(6.5%)에 해당하는 국가로, 미국(10.7%)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기업의 조업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존에도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주요 생산지역에 위치한 공장에 폐쇄조치를 내렸다. 전 세계 생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생긴 공급 차질은 고스란히 국내 기업 생산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우한 지역에 위치한 공장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온 전곡산단에 위치한 한 도료 제조업체는 중국 춘제 직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 A씨는 “중국 춘제 이후, 우한 지역에 있는 원료 생산 공장으로부터 연락이 두절됐다”라며 “자동차 등 타 제조업종과 달리 원료 재고를 한 달분 이상씩 보유해 두고 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현재는 어려움이 온몸으로 체감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구체적인 변화는 ‘수주 건수 감소’로 즉각 나타났다.
국내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며 심각성이 더해졌던 지난 21일, 주문을 관리하던 B씨는 “오늘은 정말 직격탄을 맞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오전에만 평균 15건에서 20건 정도 들어오던 주문이 점심이 다 되도록 1건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월까지만 하더라도, 주문된 생산량을 모두 맞추기 위해 1주일에 하루 이상 특근을 하는 일이 필수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월부터는 특근 자체가 사라졌다는 말도 이어졌다. 그는 “정부도 해내지 못했던 실질적인 주52시간 근무제를 코로나19가 해낸 셈”이라며 쓴웃음을 보였다.
유통업이 맞닥뜨린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혼란 속,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마냥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다.
시흥에 위치한 기계·부품 유통업체 관계자 C씨는 “코로나19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2월 둘째 주 경”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업계가 맞이한 타격은 더욱 커 보였다. 특히 중국과 수출·입을 활발히 전개해 온 국내 업체일수록 그 피해는 막대했다.
C씨는 “성실히 사업을 꾸려왔던 국내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너도나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라며 “2월 중으로 예정돼 있던 장비 수출 건이 6월로 연기돼, 공장에 가득 찬 재고에 골머리를 썩이는 기업도 있고, 중국으로부터 기계와 부품을 수입해 국내 업체에 공급해야 하는 업체 또한 중국에서 작업이 중단되니 방법이 없어 적잖은 피해를 안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진정한 국산화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체감할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저가의 중국산 원료와 부품을 국산품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경쟁력’이라는 산에 부딪혀 당장의 해결책으로 자리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다수의 국내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원료 및 부품을 최대한 확보하는 노력과 더불어, 대체 가능 원료를 적극 물색하고, 불용재고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언젠간 끝이 보이는 대안에, 산업인의 밤은 여전히 길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