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OPEC의 증산 발표로 유가는 급락해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 유가가 급락했던 시기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있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저유가가 탱커의 발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유가는 2008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 1월에는 2008년 9월 대비 59% 하락했다.
이후 12개월 평균 수준에 도달한 것은 2009년 6월로 하락시점부터 약 9개월 소요됐다. 물동량이 반등한 것은 2009년 4월이었으며, 운임도 계속 하락하다가 2009년 11월 저점을 기록하고 돌아섰다. 선박의 발주는 운임 회복 후인 2010년 1월 이후 나오기 시작해 4월 정도 들어 VLCC와 PC선 모두 발주가 본격화됐다.
2015년의 경우 유가는 2014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16년 1월에는 2014년 9월 대비 63% 하락했다. 이후 12개월 평균 수준에 도달한 것은 2016년 4월로 하락시점부터 약 19개월이 소요됐다.
금융위기 시점과 다른 점은 이 기간 운임은 계속 상승했다는 점이며, VLCC의 경우 2015년 12월, PC선의 경우 2015년 8월 고점을 기록했다. 선박의 발주도 계속됐는데, VLCC는 2015년 6월 피크를 기록한 후 8~9월을 기점으로 감소했고 PC선은 2015년 3~4분기가 발주 정점을 기록했다.
똑같은 유가 급락이었는데, 탱커선의 운임과 발주 동향이 달랐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었다. 2009년은 금융위기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감소했던 반면 2015년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했다. 셰일오일 생산 증 가로 원유의 공급이 늘었고, 저유가는 소비를 자극해 소비도 늘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이 탱커선 발주에 미치는 영향의 경우 사우디와 러시아, 미국의 원유 생산과 관련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가 안정을 찾으려면 과거(9~19개월)만큼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VLCC와 PC선의 운임이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2009년보다는 2015년처럼 탱커의 발주가 늘어나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봉진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원유의 수요와 공급이다. 현재의 저유가는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로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OPEC+와 미국의 싸움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진단한 뒤, “값싼 원유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며, 선박을 저장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운항가능한 선박은 줄고, 재고 축적을 위한 수요가 늘면 운임은 단기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재고 축적 수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락슨은 내년 탱커 물동량 전망치를 2.9%로 전월보다 0.4%p 낮췄다. 글로벌로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지 않아 전망치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이 연구원은 “2015년과는 다르게 탱커의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