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 산업 경쟁력이 탈원전 이전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는 산업계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70개 원자력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 31개사의 응답을 취합해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6%)이 탈원전 이전에 비해 원전산업 경쟁력이 30~40% 하락했다고 답했으며, 20~30% 하락했다는 답변이 22.6%, 하락했다는 답변이 6.5%로 뒤를 이었다.
한편, 기업들은 기존 원전 생태계 복구까지 약 3.9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수 기준으로는 응답 기업의 51.6%가 원전 생태계 회복에 2~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4년 이상 6년 미만(38.7%), 6년 이상 8년 미만(6.5%), 2년 미만(3.2%) 순으로 조사됐다.
원전 업계에서는 ▲전문인력(35.7%)과 ▲운영자금(30.4%)의 부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 관련학과 재학생 수는 2165명으로 2017년 2777명 대비 22% 줄었다. 조사에 응답한 A사는 "최근 경력직원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학과 축소로 신입사원 충원이 어려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ESG팀 조병철 연구원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탈원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7년 이후 관련 학과 지원자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력직 퇴사의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기대감이 있다 하더라도 당장 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많이들 퇴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조속한 일감 공급(46.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병철 연구원은 “설문조사를 시행한 회사가 대기업의 주요 밸류체인 상에 있는 협력업체들인데, 이런 중견기업들은 원전 관련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생존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한울 3·4호기 착공재개가 확정됐지만 수주과정에서 밸류체인으로 그 효과가 전파되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장 조속한 일감공급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원전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는 ▲분야별 전문인력 육성 지원(27.4%) ▲원자력 기술 및 제품의 국산화 완료(24.2%)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R&D 지원(19.4%) ▲수출 지원정책 마련(16.1%) ▲산업 전반의 법·규제 개선(12.9%) 등이 골고루 나타났다.
조 연구원은 “수행과제를 단기적, 중·장기적, 장기적 과제로 분류했을 때, 당장은 인력·사내운용자금·일감 부족 등의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조속한 일감공급이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인력확충을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인력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