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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조해진 기자|jhj@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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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엔지니어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기사입력 2023-05-05 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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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손으로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장인(Meister)이라고 부른다. 특히, 기계가 동작하는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는 기술장인들은 자신의 업에 대한 애정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계를 다룬다. 스스로의 기술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비디오 아티스트 故백남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다다익선’은 개천절인 10월 3일을 상징하는 1천3(1,003)개의 크고 작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집적시켜 탑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다.

1천 개 이상의 텔레비전이 동시 작동하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백남준의 ‘비디오’, ‘텔레비전’이 아티스트의 의도대로 작동하려면 ‘엔지니어(Engineer)’의 역할이 중요했다.

“어떤 전자기술자라고 해도 텔레비전 1천 대로 탑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도전정신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목적이 있고, 목적하는 바를 정해진 시간 내에 이뤄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가 故백남준의 작품 중 하나인 TV첼로 옆에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백남준의 엔지니어로, 현재도 그의 작품을 유지보수 및 관리하고 있는 아트마스터의 이정성 대표는 이 거대한 텔레비전 탑을 쌓기 위해 당시 한국에 없었던 분배기(Divider)를 직접 제작해내면서 미션을 완수한 인물이다.

“텔레비전으로 탑을 만들려면 하나의 인풋(비디오)에 여러 아웃풋(텔레비전)이 나와야 했다. 모든 아웃풋에서는 동일한 레벨의 신호가 나와야 정상적으로 작동 되는데, 당시 시장에 분배기가 없어 직접 제작해야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분배기 개발부터 모든 일을 해내야 하니 손이 다 부어 드라이버를 잡기도 힘들었지만, 약속 시간을 지켜 완성했다”

그는 다다익선 작업에 대해 누구도 만들어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만들어야 했고, 어디에 이야기를 할 수도 없어 고된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기회를 훌륭하게 마친 이 대표는 이후에도 기계를 통한 예술적 상상을 실현하는 ‘백남준의 엔지니어’가 됐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엔지니어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현지에서 작업과 영어 공부를 함께 해야 했고, 낯선 외국 생활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 처음 보는 장비들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했다.

부품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1년에 7~8개월은 해외에서 생활을 해야 했던 이 대표는 엔지니어의 열정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들을 완성했다.

[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TV첼로를 움직이는 전자기기들

무엇보다 그의 ‘엔지니어 정신’은 작품이 제시간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작은 부품이 하나라도 없거나 고장이 나면 작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부품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 보고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로서의 신념이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전시 오프닝에 맞춰 작품을 제대로 운용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사람을 시켜 비행기로 부품을 받았고, 파업으로 교통이 움직이지 않으면 인근 유럽 국가까지 걸어서 부품을 수급했다.

“엔지니어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을 해야지 보고만 한다면 어떻게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겠나.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사람의 목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해결해내야 한다”

엔지니어가 가져야 하는 ‘기본’을 이야기한 이정성 대표는 “지금 엔지니어의 덕목은 기술에 대해 빨리 적응하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비전 기술 학원에서 처음 기술을 배우고, 전자기술자로 일하면서 예술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나간 해외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국내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공구를 사용하면서 배움을 쉬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익히는 과정을 통해 그의 실력은 자꾸 늘었다.

[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나태하면 도태된다. 새로운 기술을 한다고 중간 과정을 건너뛸 수 없다. 또한, 전자분야는 끝없이 발전하기 때문에 한눈을 팔 시간이 없다. 새로 나온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어렵다. 남의 머리를 빌리는 것은 결코 내 머리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연구의 질이 좋아지려면, 어려울수록 내가 알아야 한다”

아티스트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 내 기술을 가졌다. 시장 어디에도 제품이 없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끝내 완성했을 때가 제일 즐겁고 보람찼다고 이 대표는 회상했다.

기술이 좋아서 기술을 배웠고, 계속해서 연마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옛날부터 ‘기술’ 자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더 당당하게 스스로의 기술에 대한 대우를 요구했다는 이 대표는 “기술자가 의식적으로 당당하게 대우를 받아내야 한다”면서 “지금도 엔지니어의 대우는 상대적으로 낮지 않나. 대우가 좋지 않으니 학생들도 배우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비치기도 했다.

이정성 대표의 작업실에는 여전히 많은 텔레비전과 다양한 부품들이 가득하다.

“앞으로는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을 계속 돌봐드리는 것이 내 꿈이자 계획이다. 그의 작품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존할 것”이라며 백남준과 주고받은 기록들을 아카이빙하고, 작업실의 한 자락에서 전자 회로를 만지고 있는 기술장인의 손에는 계속해서 배우고 도전한 그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었다.

[Meister] 끝없는 배움과 도전은 ‘다다익선’ - 세운상가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
아트마스터 이정성 대표가 전자회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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