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은행과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AI(인공지능)가술을 적극 업무에 활용하며, ‘고객서비스의 혁신’을 꾀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콜센터 노동자들에게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등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금융권 콜센터 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회사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박홍배 의원은 “과거의 ‘공순이’가 오늘날 ‘콜순이’가 됐다”라고 비유하며 “각 산업의 콜센터 현장의 90%는 여성이며, 이들은 아웃소싱이나 하청도급 등 불안정한 고용·저임금·실적압박·업무가중과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4년 사이 800개가 넘은 은행 영업점들이 문을 닫으며 콜센터를 통한 비대면 상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라며 “금융회사들은 AI기술을 도입해 고객서비스를 혁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업무량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은 반면 문제해결 절차와 소요시간은 늘어났고 감정노동의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서비스의 질은 산업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따른다”라며 “금융회사들은 원청으로써, 공공성 있는 금융기관으로써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든든한콜센터 김현주 지부장은 “금융지주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국민은행, 국민카드, 하나은행은 금융지주 회사 중 유독 용역으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를 핑계로 콜센터를 용역회사 건물로 내쫓아, 그 뒤에 숨어 불법을 자행하도록 방관하고 원천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모르는 척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원청사가 20년 넘게 우수콜센터라고 자랑하고 홍보하는 것은, 콜센터 상담사들의 친절함, 전문성, 숨소리까지 평가한 조사결과 덕분”이라며 “코로나19 당시 상담이 폭주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KB국민은행이, 2023년 AI 도입 후 상담 수가 줄었다며 240여 명의 상담사들을 해고한 것도 결국 모든 권한을 원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과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콜센터 상담사의 처우를 돌아보겠다고 했지만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다”라며 “국민은행, 국민카드, 하나은행 고객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상담사의 처우를 바꿀 수 있도록 함께 해결점을 찾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하나은행콜센터 아이비커리어 이영선 지회장은 AI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이 상담사와 연결하자마자 화부터 낸다며 “은행이 자랑거리인 AI 덕분에 상담사들은 ‘죄송합니다’로 첫마디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는 자유롭게 손님과 소통하고, 손님의 상황을 공감하며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라며 “하나은행은 콜센터 상담사들이 AI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적인 인력임을 인정하고, 고용불안에 마음졸이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개선해 주기를 촉구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