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필요성은 아직 크지 않습니다. 다만 화폐는 경제·금융·환경·기술 변화를 따라 진화해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했습니다. 현금 사용이 계속 줄어든다면 미래에는 화폐 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 팀장은 2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국 차기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전망 및 국내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요국 CBDC 추진동향과 한국은행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뜻한다. 국가가 만들고 공인해 현금에 준하는 안전 자산이 될 수 있고, 비트코인 등 여타 가상화폐처럼 투기 자산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김동섭 팀장은 “세계 중앙은행의 93%가 CBDC를 연구개발하고 있다”면서 “연구 단계나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범용, 기관용 CBDC로 구분된다”라고 설명했다.
범용 CBDC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현금’이다. 정부가 모든 거래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문제, 기존 화폐와 혼용했을 때의 경제적 혼란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관용 CBDC는 금융기관끼리 이용하는 디지털 화폐다. 결제 과정을 간소화해 금융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김 팀장은 “범용 CBDC는 대부분 국가가 신중히 연구하는 추세고, 기관용 CBDC는 금융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적어 금융인프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CBDC의 필요성에는 회의적이지만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 범용 CBDC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파급효과를 연구하고, 기관용 CBDC는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섭 팀장은 “당장 CBDC 도입 필요성이 크지 않아도 미래를 대비해 기술적·제도적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면서 “한국은행은 관련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