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수주 독식한 중국,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예의주시’
운임 급등하면서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했지만 중국 쏠림현상 심화
[산업일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꺾일 줄 모르는 기세로 순항을 이어갔던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발(發) 독식 이슈가 발생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국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iM증권의 ‘중국이 독식한 컨테이너선 수주, 한국 조선소와 엔진업체의 갈리는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발주된 7k이상 컨테이너선 191척 중 177척(92.7%)를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해 사태로 급등한 운임 덕택에 증가한 컨테이너선 발주의 수혜를 한국도 받을 것으로 당초 기대했으나 이는 기대로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의 내용에 의하면, 이제 가시권에 남아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발주예정 프로젝트 중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30년까지 64만 TEU 선대 확장을 발표한 국적선사 HMM의 발주 정도이다. 한국 조선소는 올해 높아진 수주잔고 기반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고가 선박을 골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부 2027년 슬롯과 2028년 슬롯을 채우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한국의 슬롯이 여유가 있는데도 2027~28년 납기의 컨테이너선을 한국 대신 중국에 계속 발주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현재 컨테이너 선사에게 빠른 납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2022~23년 대량 발주한 선박의 인도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바 공급 과잉은 예견된 상황이며, 굳이 배를 빨리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발주 랠리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필연적 발주라기보다는, 올해 예상치 못했던 운임 상승으로 인해 현금을 확보한 선사(특히 대형사)들이 보다 확실한 규모의 우위를 점하고, 공급과잉으로 인해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저가 운임 경쟁을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고 보고서에서는 언급했다.
중국의 이러한 선전은 비단 가격 경쟁력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근본적으로 중국이 선박을 많이 수주할 수 있는 이유는 선주가 이제 중국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발주를 주도하고 있는 상위권 선사들(MSC, Maersk, CMA-CGM등)은 과거 한국 조선소의 단골고객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먼저 향하고 있다.
8K이상 대형선 기준, MSC의 현존 선대의 건조 국가는 한국 43.2% / 중국 18%지만 발주 잔고의 건조 예정 국가는 한국 6.3% / 중국 87.4%이며, Maersk의 현존 선대는 한국 59.6%/중국 11.2%에서 향후 발주 잔고의 건조 국가는 한국 28.4% / 중국 71.6%로 변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한국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8k이상 컨테이너선의 인도 비중은 중국이 2025년에 53%로 한국을 추월해 2029년까지 점점 그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iM 증권의 변용진 연구원은 “한 척에 2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에서 가격 이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납기와 품질을 지킬 수 있는 조선소에 대한 선주의 신뢰”라며, “중국은 이제 글로벌 선사의 신뢰를 획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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