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심부의 폴란드는 1989년 자유 선거 이후 본격적인 정치·경제 개혁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계기로 서유럽 시장과 통합하며 플라스틱 산업에서도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플라스틱 산업은 EU 지원금과 외국 첨단 기술, 수출 기회 확대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대표 기업인 그루파 아조티(Grupa Azoty)는 폴리아미드(PA), 폴리아세탈(POM)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2023년 중앙·동유럽 최대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생산단지인 ‘폴리메리 폴리체(Polimery Police)’를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대규모 투자 사례다.
폴란드와 한국 합작으로 개발된 후 인도라마 벤처스(Indorama Ventures)가 인수한 PET 생산 공장도 주목된다. 블워츠와베크 공장은 2014년 1억 유로 규모 증설을 통해 연간 21만9천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오스트리아 알플라(ALPLA)는 PET 재활용을 확대하며, 2023년 라돔스코 재활용 공장에 제3 압출 라인을 증설해 식품 등급 rPET 생산량을 연간 5만4천 톤으로 늘렸다.

플라스틱 산업의 핵심은 포장재와 자동차 부품이다. 대표 전시회 ‘플라스트폴(Plastpol)’에는 30개국 600여 개 업체와 1만5천 명의 전문가가 참가해 사출성형기, 압출기, 재활용 기술, 디지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가공 분야에는 약 7천 개 기업이 활동 중이며, Ergis는 고급 필름, Plast-Box는 경질 포장재, WiP 그룹은 연간 20억 개 이상의 PET 프리폼을 생산해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에 납품한다.
사출성형기 시장은 자체 제조사는 없지만 ENGEL, Arburg, Haitian, Sumitomo Demag, Wittmann Battenfeld 등 30여 개 글로벌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최근 아시아 제조사들의 진입도 활발하다.

EU 규제 강화는 산업 구조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2021년 일회용 플라스틱(SUP) 지침 시행으로 포크, 빨대, 스티로폼 용기 등이 금지됐고, PET병 부착형 뚜껑 의무화와 재활용 원료 최소 사용 비율(2025년 25%, 2030년 30%)이 도입됐다. 2025년에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제(PPWR)가 시행돼, 2040년까지 1인당 포장 폐기물 15% 감축,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 55% 달성 목표가 설정된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보증금 반환제도(DRS)가 시행돼 3리터 이하 플라스틱병과 금속 캔에 보증금이 부과된다.
또한 생산자책임확대제도(EPR/ROP) 도입으로, 제조사는 포장 폐기물 수거·분류·재활용 비용을 부담하게 돼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과 친환경 소재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폴란드 재활용 산업도 기계적 재활용 중심으로 설비 투자와 품질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ML Polyolefins의 토마스 미쿨스키 대표는 “재활용은 한때 소외된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기계 제조사들의 개발로 품질이 낮은 소재도 최종 제품으로 생산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폴란드 소비자들도 환경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재활용 가능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생산뿐 아니라 환경 교육과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폴란드 플라스틱 산업은 앞으로 바이오 기반 소재 활용, 재활용 기술 고도화, EU 규제 강화 등 과제를 안고 있지만, 중앙·동유럽에서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자료 정리: 김우겸 기자
자료 제공: Pawel Wisniewski (Plastech / Plast Echo)
사진 출처: Grupa Azoty, Plastech, Shutterstock